[씨네21 리뷰]
‘진짜 아프리카의 모습’ <아야의 밤엔 사랑이 필요해>
2014-08-13
글 : 임정범 (객원기자)

요푸공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수도 아비장의 작은 동네다. 그곳의 여름밤, 노천카페에서 토속적인 리듬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춤을 추며 남자를 찾는 두 소녀가 보인다. 빈투와 아주아. 19살이 된 그녀들의 관심사는 오직 남자다. 그들과 자매처럼 지내는 친구 아야만 연애에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빈투에게 작업을 걸던 남자 중 한명인 무사가 시소코 맥주 사장의 아들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빈투는 어떻게든 그를 유혹하기로 마음먹는다.

<아야의 밤엔 사랑이 필요해>는 한 남자를 두고 벌어지는 소녀들의 로맨스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요푸공 사람들의 일상사에 가깝다. 원작의 제목이 <요푸공의 아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주아가 무사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두 사람의 로맨스라기보다 두 가족의 빈부 격차로 인한 소동이고, 빈투와 아주아의 다툼은 치정극이 아닌 아프리카 여성의 현실처럼 보인다. 아야는 성실한 관찰자로 남을 뿐이다.

오히려 섬세하게 연출된 지점은 그들의 생활사 뒤편에 있는 요푸공의 풍경이다.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작화가 밋밋한 것과 달리 1970년대 요푸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배경은 정밀한 스케치로 담겨 있다. 롱숏으로 잡히는 동네의 전경이 극 전반을 차지하고, 당시의 실사 광고가 느닷없이 삽입되는 점도 연출가의 관심이 당시의 요푸공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터벌에 초대된 원작자이자 감독이며 실제로 요푸공에서 자란 마르그리트 아부에는 ‘진짜 아프리카의 모습을 봐달라’고 호소한다. 그리고 <아야의 밤엔 사랑이 필요해>는 그에 걸맞은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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