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울한 청춘의 초상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
2014-08-13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1997년은 아이돌 팬덤 문화로 대변되는 ‘조증’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IMF를 겪어야 했던 ‘울증’의 시대이기도 하다.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아이돌 팬덤 문화로 채웠던 자리를 <비트>를 좋아했던 한 비디오광의 얼굴로 대체하면서 우울한 청춘의 초상을 따라간다. 동도(이재응)는 마지막 비디오 키드다. 유일한 일탈이라고는 비디오 가게 아저씨와 협상해 ‘19금 비디오’를 빌려 보는 게 고작이던 동도는 어느 날 ‘불량학생’ 현승(차엽)에게 사소한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현승의 패거리와 어울린다. 그와 동시에 단짝이던 대현(배유람)과 멀어지고 홀어머니와도 갈등을 빚는다. 한편 현승의 패거리를 통해 연희(김주아)를 만난 동도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대여점에서 빌려 보던 비디오테이프처럼 당시에도 명맥을 유지하던 낡은 물건에 집중하면서 영화는 여전히 ‘올드한’ 90년대 후반의 모습을 조명한다. 그마저도 이는 개인의 문화에 불과할 뿐 또래 사이에서 유행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대세랄 게 없던 개별화가 감독이 생각하는 90년대의 실체인 듯 보인다. 90년대 청춘의 상징인 <비트>의 정우성의 얼굴이 2000년대 초반의 아역스타 이재응의 성장한 얼굴로 대체되는 오프닝 시퀀스가 주는 낯선 감정만큼 영화가 그리는 시대적 풍경도 낯설게 혼재된다. 장르적으로는 ‘느와르’보다 ‘성장’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졌다. <비트>에서 선아로 출연한 배우 사현진이 동도의 어머니로 등장, 두 영화를 잇는 산증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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