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살인, 영아사체 유기 등 매일 밤 끔찍한 범죄와 마주하는 형사 랠프 서치(에릭 바나)는, 신이 없다고 믿는 무신론자다. 아름다운 아내(올리비아 문)와 아이가 있지만 지옥 같은 세상을 아는 그는 행복에서도 그늘을 느낀다. 한데 그가 사는 뉴욕에서 이상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귀신들린 집, 브롱크스 동물원의 노숙자 신고, 가정폭력 등 일견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에 불려다니는 동안 서치와 그의 동료 버틀러(조엘 맥헤일)는 이 사건의 용의자들이 모두 한장의 사진 속에 있음을 발견한다. 서치는 용의자들이 아부다비에서 기이한 경험을 한 뒤 미국에 돌아와 파병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닥이 파이도록 손톱으로 긁고, 극도로 동물을 학대했으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 정상적인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행동들이 목격된다. 그리고 그 모든 사건은 아부다비에서 이들이 함께 겪은 초현실적인 경험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때 서치 앞에 퇴마의식을 전문으로 하는 신부 멘도자(에드거 라미레즈)가 나타난다.
<인보카머스>는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2005), <살인소설>(2012) 등을 통해 꾸준히 호러 장르를 탐구해온 스콧 데릭슨 감독의 신작이다. 엑소시즘이라는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는, 데릭슨의 장르에 대한 이해와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의 경륜에 힘입어 세련된 영상의 공포영화로 완성됐다. 특히 <인보카머스>는 시각과 청각이라는, 영화가 제공하는 두 가지 감각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대부분의 장면은 칠흑 같은 밤을 무대로 진행되는데, 앞에 선 것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정도로 어둑한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흰 얼굴, 서치의 귓가를 울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주파수가 엇나가 지지직거리는 잡음 등이 반복되면 긴장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리고 극의 절정은 역시 퇴마의식에 있다. 경찰서의 취조실에서 치러지는 엑소시즘 장면을 두고 에릭 바나는 “연극 무대 같았다”고 회상할 정도로, 긴장은 단계적으로 고조되며 감정은 극에 달한다. 기존 엑소시즘 영화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악령이 깃드는 몸이 소녀가 아닌 건장한 남자라는 점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인보카머스> 속 엑소시즘의 수위는 상당히 높다.
<인보카머스>는 <컨저링>과 마찬가지로 실화에 근거한다. 2001년 출판된 랠프 서치의 책 <Beware the Night>가 영화의 바탕이 됐다. 여름 블록버스터 틈에 공포영화가 개봉하는 것은 관례지만 지난해 예상외로 선전한 <컨저링>이 이 영화의 개봉일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8월 중순께 관객을 찾아가지만 미국에서는 여름 극장가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독립기념일 주말에 개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보카머스>의 흥행 수입은 개봉 한달째인 현재 제작비 3천만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해외 수입까지 감안하면 올해도 저예산 공포영화의 수익성은 증명된 셈이다. 2014년 6월22일, 베벌리힐스에서 스콧 데릭슨 감독과 만났다. 커리어의 정점을 느끼며, 그에 감사한다는 데릭슨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어려서는 정말 겁이 많았지만…
스콧 데릭슨 감독 인터뷰
-(영화 속 고양이와 관련된 장면을 두고) 고양이와는 무슨 원수를 졌나.
=(웃음) 아니다. 나는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다. 내 고양이 체스터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와 다른 세상에 속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인보카머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작을 읽었나.
=제리 브룩하이머가 내게 책을 주면서 영화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게 2003년이었다. 그는 그때 각본가를 찾고 있었다. 나는 각본을 쓰기로 하고 뉴욕에 가서 랠프 서치를 만났다. 일주일가량 그와 그의 가족과 함께 지냈는데, 지금은 퇴직했지만 당시 그는 형사였다. 그와 영화의 배경인 브롱크스 일대를 돌아다녔다. 그 일대를 FBI는 ‘위험한 광장’(Dangerous Square)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리고 놀랐던 것은 서치가 존경받는 형사였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이 경찰을 떠나 퇴마의식을 업으로 하게 된다는 것, 그 자체가 놀라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퇴마 경험을 한 실존 인물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각본가로서 실존 인물과 그 주변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필수적인 작업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편집을 최소화한 영화라고 들었다.
=그렇다. 영화의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편집에 의존하지 않는 편이다. 촬영하면서 장면이 효과가 있다고 느낀다면 그건 극장에 앉은 관객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감독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장면 스스로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하지 않는 것이다. 나의 연출방식을 배우들도 선호한다고 생각한다.
-엑소시즘을 믿나.
=아니다. 하지만 랠프와 만난 뒤 나는 이전의 나와 달라졌다. 이전에는 물질주의자에 가까웠지만 랠프가 보여준 퇴마의식을 담은 비디오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무서운 영화를 보면서 무서워한 적이 있나.
=어려서는 겁이 정말 많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스스로 겁을 극복해나간 경우다. 겁이 없다기보다는 공포를 조장하는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 것 같다. 지금 나를 겁나게 하는 것은 내 아이들의 안전뿐이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엑소시스트> <소서러>)을 만난 적 있나.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트위터를 팔로잉한다. 나는 그의 1666번째 팔로워다. 그의 트위터를 팔로잉한 뒤에 그가 몇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지 찾아봤는데 내가 1666번째였다. (웃음) 그리고 <인보카머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에릭(바나)과 에드거(라미레즈)와 함께 브루클린의 고전영화관에서 프리드킨이 GV를 진행하는 <소서러>를 보러가기도 했다.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 있다면.
=구로사와 아키라다. 현재 대학에서 그에 대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대부분의 감독은 예술과 오락 사이에서 한 가지를 성취하기도 힘든데, 그는 그 두 가지에서 정점에 오른 사람이다. 할리우드영화의 오락성, 유럽영화의 예술성, 일본영화의 독특함이 그의 모든 영화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