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유럽, ‘웨이링 수’라는 이름의 중국인 마술사로 활동하는 영국인 스탠리(콜린 퍼스)는 현란한 눈속임 마술로 유럽 전역을 휩쓸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절대 믿지 않는 과학 신봉자이다. 그런 그 앞에 죽은 이의 영혼을 불러내 상대를 읽어내는 심령술사 소피(에마 스톤)의 소문이 흘러들고, 스탠리는 ‘과학적’으로 그녀의 비밀을 밝혀내겠다는 야심으로 그녀가 머물고 있는 남부 프랑스로 향한다.
전작 <블루 재스민>으로 고향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나 싶더니, 우디 앨런의 유럽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보다. 게다가 좀처럼 과거로 돌아가지 않던 그가 <미드나잇 인 파리>에 이어 또 한번 1920년대 유럽을 불러들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평화로운 남부 프랑스의 풍경이나 저택에서 파티를 즐기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카이로의 붉은 장미>(1985)에서 그가 그렸던 1920년대 말, 대공황 속 미국의 혼란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우디 앨런에게 1920년대 말 유럽이란 어쩌면 유일하게 시름을 잊고 ‘매직’을 꿈꿀 수 있는 판타지적 시공간인지도 모르겠다. 이 유럽 여행의 친구로 그는 다리우스 콘지를 선택한다. 콘지의 화면은 <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 위드 러브>에 이어 <매직 인 더 문라이트>에서도 과하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남부 프랑스의 따뜻한 햇살 아래, 영국식 악센트로 콜린 퍼스가 읊어대는 낭만적인 대사들을 듣고 있노라면 뉴욕에서 히스테리 가득한 대사들을 쏟아내던 그의 옛 영화들이 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