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외로운 소년들 <야간비행>
2014-08-27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외롭고 높고 쓸쓸한 곳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것은 곧 엄습할 긴 밤의 어둠을 감내하기 위해서다. 야간비행, 일몰에서 일출까지 날아야 하는 긴 밤의 여로. 이송희일 감독은 유독 여름 로맨스에 강하다. <야간비행>은 장마철에 푸릇하고도 촉촉하게 젖어들었던 마음이 서늘해지는 바람에 깊어져가는 바로 지금 같은 계절에 보기 좋은 멜로영화다.

서울대 기대주 우등생 용주(곽시양), 일진이 돼 독기를 품고 다니는 기웅(이재준), 펀치머신으로 불리며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기택(최준하). 이들은 중학생 때 친구 사이였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서로 너무도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학교는 대개 그렇다. 행복하지 않은 연쇄들이 연결되어 있다. 용주는 기웅이 그립고 기웅은 사는 게 힘들고 기택은 지옥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게이로 소문나서 전학 가는 후배도,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급우도, 낮은 자존감을 은폐하기 위해 가학적이 되는 우등생도 모두 헛헛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홀로 생계를 꾸리는 용주 엄마, 해고 뒤 복직을 위해 분투하는 아빠 등 어른들의 삶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여름밤 누르지 못할 마음의 동요를 따라 사랑하는 친구 집 담장을 넘는 장면은 아마도 한국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월담 장면이지 않을까 싶다. 제목 ‘야간비행’은 용주가 들르는 버려진 게이바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동성애자로 살아가기로 한 용주의 앞날에 대한 서글픈 비유이기도 하다. <야간비행>은 아름답고 잔혹한 영화다. 하지만 차가운 바닥에 소년들을 주저앉히지 않고 기댈 어깨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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