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쿤츠의 소설 <살인예언자> 첫 번째 편이 스티븐 소머즈의 손에서 <오드 토머스>로 영화화됐다. <오드 토머스>는 마을에 나타난 낯선 남자의 주변에 죽음의 마물 ‘바다흐’가 떼지어 몰려든 것을 본 오드 토머스가 거대한 참사를 예감하고 이를 막기 위해 분투한다는 이야기다. 스티븐 소머즈의 <오드 토머스>는 “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단 한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다”라는 이 섬세한 작가에게도 대단히 흡족했던 모양이다. 수십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장르문학 대가가 영화 <오드 토머스>의 프로모션차 보내온 길고 유쾌한 서신을 짤막하게 정리해 이곳에 옮긴다.
-‘죽음을 예견하는 남자’라는 설정과 주인공 오드 토머스의 캐릭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나.
=소설 <공포의 얼굴>을 쓰고 있을 때, “내 이름은 오드 토머스, 나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라는 대사 한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순간 일기장을 펴고 이 대사를 적어나갔고, 이후 몇 시간 동안 손으로 첫 번째 챕터를 모두 썼다.
-원작의 오드 토머스는 연약하고 주목받기 싫어하는 느낌이 강했는데 안톤 옐친이 연기하면서 심지가 굳고 도전적인 캐릭터가 된 것 같다.
=원작의 오드는 영화에서보다 자기비하가 심한 캐릭터다. 하지만 그는 올곧은 정신을 갖고 있으며 인간적이다. 나는 그가 표현한 오드가 마음에 든다. 다른 누구도 안톤만큼 오드를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표현해낼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토미를 연기한 애디슨 팀린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캐릭터의 사랑스러운 뉘앙스를 정말 잘 살려내주었다.
-인물들은 고통스러운 사연을 안고 있으면서도 유머와 인간애를 잊지 않는다. 캐릭터의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것은 당신이 불우한 성장과정을 거쳤기 때문인가.
=나는 매우 가난하게 자랐다. 아버지는 폭력적이고 주정뱅이인 데다 도박에 빠져 있었고, 직업을 계속 지키는 것을 어려워하는 바람둥이였다. 하지만 나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책을 읽거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탐험하거나, 옛날 영화들을 보는 일들이었다. 그건 아마 내가오드 토머스 같은 아웃사이더 캐릭터를 주로 만드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바다흐를 구현하는 데에 감독이 자문을 구해오기도 했나.
=스티븐은 바다흐를 책에서처럼 물렁물렁한, 형태가 없는 늑대같이 구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몇몇 관객은 바다흐들이 땅에서부터 올라와 나쁜 사람들을 끌고 가는 영혼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 나 역시 그 표현에 동의한다. 스티븐과 그의 특수효과팀이 만들어낸 바다흐가 굉장히 독창적이라고 생각한다.
-작품과 캐릭터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다. <기다리지 않은 죽음>(Life Expectancy)의 경우,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곡 <Patterns>를 들으며 떠올렸다. <낯선 눈동자>(제우미디어 펴냄)는 똑똑하고 상냥한 골든 레트리버를 보며 떠올렸다. 바로 우리 주위에 이렇게 지적인 이방인들이 존재하는데 내가 굳이 외계의 지적인 존재와 마주하는 이야기를 쓸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이노센스>(Innocence)는 유일하게 꿈에서부터 시작된 소설이고, <테이킹>(The Taking)은 T. S. 엘리엇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
-당신의 작품을 영화화할 때 감독이 꼭 지켜줬으면 하는 것들이 있나.
=스티븐의 <오드 토머스>와 <사이코>를 원작으로 한 TV시리즈 <인텐시티>(Intensity)를 제외하고 내 작품이 영화화된 경우에 만족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만일 누군가 나의 소설로 공포영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건 그가 나의 책을 아예 읽지 않았거나, 완벽하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늑대인간이나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책은 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