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지중해를 표랑하는 세 미국인의 여정 <1월의 두 얼굴>
2014-09-03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미국인 관광가이드 라이달(오스카 아이작)은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미로를 빠져나온 것으로 유명한 영웅 테세우스가 신들의 장난으로 인해 자신의 부친을 비탄에 빠지게 하여 자살하게 한 비극을 설명한다. 그의 눈앞에 한 부유한 미국인 관광객 커플이 지나간다. 라이달은 죽은 자신의 아버지를 닮은 남자 관광객을 유심히 눈으로 좇는다. 세계 곳곳을 누비는 제트족처럼 보이는 자산관리사 체스터(비고 모르텐슨)와 젊고 매력적인 그의 아내 콜레트(커스틴 던스트)는 우연히 재회한 라이달에게 관광가이드를 부탁한다. 영화는 부유한 미국인 관광객 부부가 겪는 사건에 가이드 라이달이 불가피하게 연루되어가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관객은 라이달이 교양 있는 대학생인지 영악한 사기꾼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그가 매혹된 대상이 섹시한 중년 남성 체스터인지 아름다운 여성 콜레트인지 역시 모호하다. 눈속임의 건축술로 사람들을 압도하는 파르테논 신전처럼 라이달과 체스터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그럴듯한 외양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과거를 은폐한 채 지중해를 표랑하는 세 미국인의 여정은 점차 도피의 과정으로 변화된다.

감독 호세인 아미니는 영문학을 각색한 <쥬드>나 <도브>,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드라이브>의 호평받아온 시나리오작가로, <1월의 두 얼굴>은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의 영화음악은 두 남자가 겪는 불신과 의혹의 감정 조성에 일조한다. 비고 모르텐슨은 성적으로 원숙하고 경제적 풍요로움을 지녔지만 불가피하게 젊은 남자를 의심하고 그와 경쟁하게 되는 중년 남성의 신경증적인 내면을 소화해냈다. <인사이드 르윈>으로 익숙한 배우 오스카 아이작의 진심을 알 수 없는 의혹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태양은 가득히> <리플리> <열차 속의 낯선 사람>의 원작자이기도 한 여성 미스터리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 곳곳에 매혹과 의혹 사이에서 조성되는 긴장감이나 동성애적이거나 근친애적 암시들도 풍부하다. 후반부에서 서사적 긴장감이 느슨해진 것은 아쉽지만, 1960년대 초 상류층의 세련된 패션 스타일과 아테네, 크레타,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지중해 휴양지의 멋진 풍광이 영화의 우아한 외관을 과시한다. <1월의 두 얼굴>은 신화적 상징들이 농후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세속적이고도 현대적인 비극이다. 본격적 심리 스릴러라기보다 스타일과 분위기의 영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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