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 <하늘의 황금마차>
2014-09-03
글 : 이주현

국가인권위원회의 11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 <하늘의 황금마차>는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를 다룬다. 인권영화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은 털어내도 좋다.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의 오멸 감독이 만든 <하늘의 황금마차>는 음악과 여행으로 이해와 화해를 도모하는 철없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그의 전작 <뽕똘> <어이그, 저 귓것>의 분위기와 흡사하게, 엉뚱하고 유쾌하고 건강한 기운이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다. 주인공은 콩가루 4형제와 단합이 전혀 되지 않는 밴드 멤버들. 간암 말기에 치매 증상까지 있는 큰형(문석범)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같이 여행가는 놈한테 이 집 주마”라는 형의 말에, 유산 문제로 다투던 세 형제는 다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노름으로 집안 돈을 날려먹은 둘째(김동호), 발빠르게 형의 집문서를 차지하려던 알코올중독 셋째(양정원), 밴드 매니저 하겠다고 나선 무능력한 넷째(이경준)는 여행길에서도 틈만 나면 싸우기 바쁘다. 한편 넷째 뽕똘이 키우려는 밴드 ‘하늘의 황금마차’ 단원들(킹스턴 루디스카)도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제주도에서 제주 방언으로 영화를 찍어온 오멸 감독은 이번에도 친숙한 배우들을 데리고 제주 방언으로 영화를 찍었다. 여기에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가 가세했다. 이들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백설희의 <하늘의 황금마차> 등의 가요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흥겹게 공연한다. 그리고 종국에 그 음악은 가난하고 아프고 외로운 노인의 마지막 길을 훈훈하게 배웅하는 데 쓰인다. 기저귀 찬 노인이 엉덩이를 흔들며 춤추는 장면, 노년의 커플이 입술이 뭉개져라 키스하는 장면 등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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