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살인현장을 중계하다 <원 컷: 어느 친절한 살인자의 기록>
2014-09-03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저널리스트 소연(김꽃비)은 최근 18명을 죽인 연쇄살인범 상준(연제욱)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을 받는다. 자신을 독점 취재할 생각이 있냐는 것이다. 결국 소연과 카메라맨(시라이시 고지)은 상준을 만나 인터뷰를 시작하지만 그가 또 다른 사람을 죽일 계획이라는 것을 곧 알아차린다. 그것도 카메라가 기록하는 앞에서 말이다. 과연 상준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데케데케> 등 저예산 호러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시라이시 고지 감독이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빌려 연출한 신작 <원 컷: 어느 친절한 살인자의 기록>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모두 독특한 영화다. 익숙한 연쇄살인을 소재로 꺼내든 영화는 어느새 음모론과 신의 초자연적 개입을 말하기 시작하고, 한번 켜진 카메라는 결말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현장을 기록한다. 다시 말해 SF를 연상시키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극단적인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약간의 눈속임을 가미한 촬영과 편집의 도움을 받아 생생하게 살인현장을 중계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예상 밖의 사건들은 다양한 장르적 즐거움과 함께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그러나 영화의 큰 틀을 위해 그린 개별적 죽음들을 장르의 클리셰로 간단히 소비하는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애도의 순간이라도 가질 수 있었던 주요 인물들과 달리 허무하게 죽어간 다른 피해자들은 ‘특정 장르’의 규칙을 위한 부품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원 컷: 어느 친절한 살인자의 기록>은 장르적 활기와 겉으론 깔끔해 보이는 결말에도 불구하고 그 재미를 마음 편하게 즐기기 어려운 영화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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