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람들이 평가하는 나의 모습 <나의 첫번째 장례식>
2014-09-03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어린이 방송에서 토끼 역할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윌(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은 아내 줄리아(패트리샤 아퀘트)와 딸 릴리와 함께 살고 있다. 마흔 번째 생일날 윌은 자신의 생일을 까먹은 듯 보이는 가족과 직장 동료들이 야속하다. 깜짝 생일파티를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을 모르는 윌은 반복되는 PD의 연기 주문에 폭발하고 촬영장을 뛰쳐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차까지 도난당한 윌은 친구 라드의 가게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윌은 자신의 차가 사고로 폭발해 자신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 윌은 순간 자신의 장례식에 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고 인도인 은행가 비제이로 변장해 장례식에 참석한다.

영화는 40대 중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생의 절반을 넘어 이제 중년에 들어선 윌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해하며 도발을 일으킨다. 하지만 비제이로 살아가면서 윌이 맞닥뜨리는 상황은 냉혹하다. 아내인 줄리아는 장례식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윌이 아닌 비제이에게 빠져들고 둘은 곧 잠자리를 한다. 윌은 장인과 장모에겐 쓸모없는 무능한 사위였고 딸에게도 좋은 아빠는 아니었다. 자신의 친한 직장 동료도 줄리아에게 접근한다. 윌은 자신이 살아온 절반의 생을 돌이켜 바라보게 되고 성찰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무겁고 우울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영화는 무겁게 담아내지 않는다. 영화는 유쾌하다. 곳곳에 위트와 유머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영화는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며 중년의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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