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의 여름이 다시 돌아왔다.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에서 나오는 신기한 비밀도구와 그로 인한 한바탕 즐거운 소동도 이제는 공식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진구의 친구들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자’고 호기롭게 선언한다. 역시 그들의 허풍을 책임지는 건 도라에몽의 비밀도구. 위성을 쏘아올려 아프리카 곳곳을 탐색한 결과, 밀림 속에 위치한 거대한 석상 유적을 발견한다. 이제 남은 것은 ‘어디로든 문’을 열어 아프리카를 직접 탐험하는 일이겠지만, 그들이 다다른 곳은 유적지가 아닌 생각지도 못한 ‘강아지들의 왕국’이다. 게다가 진구를 따르던 강아지 베코는 알고 보니 그 왕국에서 쫓겨난 왕자다.
이제 <도라에몽> 시리즈는 어떤 아이도 믿고 맡길 수 있는 패키지 여행 같다. 40년 동안 장수하는 도라에몽의 친숙한 캐릭터부터 극장판다운 색다른 모험지 선정까지. 진구 일행의 모험은 항상 노하우가 살아 있다. 여기에 텐트로 변하는 ‘탐험모자’, 물의 흐름도 ‘거스르는 보트’, 식물을 맘대로 바꾸는 ‘식물개조 농축액’ 등의 4차원 비밀도구가 더해지면 ‘진구의 아프리카 모험’이라는 부제는 완성인 셈이다. 물론 1982년 일본에서 개봉한 작품의 리메이크라는 점에서, 기존의 극장판과 다른 장르 설정이나 변주가 더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109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왕자와 함께 강아지 왕국을 구한다’는 단순한 전개는 아이들에게도 진부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비밀도구의 귀여운 활약과 원작자 후지코 F. 후지오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다는 의미에 동의한다면, 이번 작품의 도라에몽도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반가운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