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쿰바: 반쪽무늬 얼룩말의 대모험>
2014-09-03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쿰바는 얼룩말로 태어났지만 그의 줄무늬는 허리춤에서 끊겨 있다. 반은 얼룩말이지만 반은 백마인 그의 상서롭지 않은 모습은 불행 상징, 구체적으로는 오랜 가뭄의 원인으로 여겨져 얼룩말 무리에서 구박을 받는다.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고통받던 쿰바는 엄마에게 얼룩무늬가 만들어진 기원이 된 ‘마법의 연못’ 전설을 듣고 그곳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신비로운 사마귀가 그려준 지도를 따라 연못을 찾아가는 그 길 위에서 쿰바는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위험에 처하기도 하면서 자신에게 부여된 ‘다름’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얼룩말 이야기는 얼핏 보면 디즈니나 드림웍스의 만화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지역색을 강조하기보다 미국의 주류 애니메이션과 경쟁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리암 니슨이나 로렌스 피시번, 스티브 부세미 등이 목소리 출연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와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특히 이 작품은 배경과 등장 동물의 유사성 때문에 <라이온 킹>이나 <마다가스카> 같은 작품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쿰바는 심바와 달리 왕족도 아니고 선택받은 운명도 아니고, <마다가스카>의 동물들처럼 심하게 인간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쿰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이다. 쿰바의 하얀 다리는 바라보는 이의 욕망에 따라 조롱거리, 희귀함, 불행, 제물, 특별함으로 의미가 변화된다. 쿰바의 성장이 단순히 개인의 것으로 귀착되지 않고 새로운 공동체의 조화와 연결되는 이 작품의 결말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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