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9년 만에 돌아온 속편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
2014-09-17
글 : 김정원 (자유기고가)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두편에 새로 만든 이야기 두편을 덧붙여 만든 영화다. 씬 시티의 지배자 로어크에게 도전하는 도박사 조니(조셉 고든 레빗), 로어크의 음모로 연인 하티건(브루스 윌리스)을 잃고 복수를 꿈꾸는 스트립댄서 낸시(제시카 알바), 옛 연인 아바(에바 그린)의 유혹에 빠져 위기에 처한 사진가 드와이트(조시 브롤린), 낸시와 드와이트를 돕는 추악한 얼굴의 마브(미키 루크)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원작자 프랭크 밀러가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함께 다시 한번 감독을 맡은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겉으로 보기에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한컷 한컷 향수 광고를 찍듯 공들인 여체(女體)의 관능미, 빗방울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파편처럼 흩어지는 액션. 9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3D 효과를 더한 <씬 시티: 다크히어로의 부활>은 눈을 위한 성찬(盛饌)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제시카 알바의 육체는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그녀가 맡은 낸시는 지루하게 징징거리기만 하고, 매혹적이고 복잡한 악당이었던 마브는 동네 호구로 전락해 안쓰러운 나머지 코믹하다. 가장 비중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팜므파탈 아바와 그녀로 인해 파멸하는 드와이트는 드라마는 만들지 못하면서 얼굴과 육체만으로 밀고 나가자고 작정한 사람들 같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근사한 외양만으로 한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어느 해외 리뷰는 이성적인 비판을 무력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던 전편과 비교해 속편을 이렇게 표현했다, ‘배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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