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스무살 연하와 연애를 시작하다 <서른아홉, 열아홉>
2014-09-17
글 : 임정범 (객원기자)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표지의 오렌지색과 브라질 옐로를 깐깐하게 구분하고 항상 머리를 동여맨 채 일만 하는 패션 에디터 알리스(비르지니 에피라). 누가 봐도 워커홀릭인 그녀는 서른아홉, 딸을 둔 싱글이다. 열아홉의 발타자르(피에르 니네이)와 엮인 것도 실수로 놓고 간 USB 때문이지 연애는 아니다. 그런데 다시 일이 문제다. 다음 편집장 자리를 놓고, 알리스의 경쟁자 리즈는 자유분방한 매력을 뽐내며 상사들의 눈에 드는데, 일만 하는 그녀는 이제 고루한 구식으로 취급된다. 위기감을 느낀 알리스는 오직 이미지 쇄신을 위해 스무살 연하의 발타자르와 연애를 시작한다.

<서른아홉, 열아홉>은 칙릿 소설에서 볼 법한 구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서른아홉 패션 에디터가 열아홉 대학생을 만나 오랜 솔로 생활을 청산한다는 식. 그러나 영화는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아닌, 알리스가 처한 서른아홉 현실에 무게를 둔다. 거울을 보며 잔주름을 세고 어린 딸이 알려준 가수의 이름을 억지로 외우는 그녀는, 잘나가는 패션 에디터가 아닌 마흔을 앞둔 싱글녀일 뿐이다. 그러므로 발타자르와의 연애는 달콤한 로맨스라기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성장 과정으로 보인다. 이 로맨스의 숙제는 스무살의 나이 차이가 아닌, 사회적 인정만을 좇던 서른아홉의 틀인 것이다. 다소 뻔한 두 사람의 연애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도 이러한 관심이다. <이브 생 로랑>에서 호연을 펼친 피에르 니네이가 기능적인 역할에 그치는 점은 아쉽지만, 알리스의 경직된 표정이 서서히 풋풋해져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으로 이 영화의 사랑은 제 몫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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