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파스빈더가 상영시간 내내 탈 쓰고 나오는 영화. 무엇보다 <프랭크>는 그렇게 널리 알려졌다. 특별한 경력이나 재능도 없지만 멋진 뮤지션이 되길 꿈꾸는 존(돔놀 글리슨)은 우연히 한 인디밴드의 키보드 연주자로 들어가는데, 그 밴드의 정신적 지주인 프랭크(마이클 파스빈더)는 샤워할 때조차 탈을 벗지 않는 남자다. 이후 존이 앨범 작업과정을 트위터와 유튜브에 올린 덕분에 음악축제 무대에 설 기회까지 얻지만, 신시사이저를 연주하는 클라라(매기 질렌홀) 등의 멤버들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설상가상 프랭크의 불안 증세는 갈수록 심해지고, 답답한 존은 프랭크의 탈을 벗기려고까지 한다. 하지만 프랭크가 가면을 벗지 못하는 데는 말 못할 이유가 있었다.
프랭크는 첫 등장마저 기괴하다. 커다란 탈을 쓴 채 리허설 무대에 오르자마자 무심히 드럼을 때리고는 노래를 시작한다. 아마도 자신의 창작곡이지 싶은 노래의 가사는 더 가관이다. “수프 안에 든 생강, 빵 조각, 기름투성이 익히지 않은 소시지, 흔들리는 닭고기, 소금에 절인 고기….” 굳이 끝까지 들어볼 필요도 없는 음악을 모든 멤버들이 열과 성을 다해 연주한다. 존은 ‘뭐지?’ 하는 표정을 짓지만 성실한 밴드의 일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적당히 화음을 맞춘다. 게다가 밴드의 이름은 발음하기조차 힘든 ‘소론프르프브스’ . ‘개성’이라고 말하기에는 많이 다른, 그저 세상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할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의 총체가 거기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들을 사람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괴짜’, ‘미친 년’, 혹은 ‘마케팅’이라 부르지만, 정작 진실은 손 닿지 않는 저 깊은 곳에 있다.
마지막에 가서야 등장할 마이클 파스빈더의 얼굴은, 우리가 그의 얼굴을 모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진실을 좇기 위해 끝까지 이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밴드 안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재능에 대한 점검, 그리고 어떻게든 저마다 극복해야 할 힘든 시간의 무거움이다. 처음에는 존과 마찬가지로 프랭크의 탈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그 얼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처럼 ‘자아를 찾아나선 음악 로드무비’라고, 다소 뻔하고 느끼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이 영화가 남기는 여운은 의외로 크다. 마이클 파스빈더는 탈을 쓰건 벗건 역시 최고의 연기를 펼쳐 보인다. 한편으로 프랭크와 존의 관계를 <아마데우스>(1984)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와 비교해보는 것도 이 영화의 함의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