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할아버지와 여자아이의 세대를 초월한 동행 <나이팅게일>
2014-09-24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콴(이보전)은 고향을 떠나 베이징에 홀로 사는 노인이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18년간 키워온 새, 나이팅게일이다. 아들 내외가 가까이에 살긴 하나 4년 전 일어난 한 사건으로 인해 소원해진 상태다. 아들 쿤(진호)은 번듯한 직장, 최고급 아파트, 좋은 차, 예쁜 아내, 사랑스러운 딸 등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다. 그러나 문제는 가족 모두가 너무 바쁘다는 것. 맞벌이 부부인 쿤과 챈(이소염)에게 초등학생 딸 렌싱(양심의)의 여름방학은 어쩌면 골칫거리다. 출장을 가게 된 챈은 남편 몰래 렌싱을 할아버지에게 맡긴다. 이로써 고향으로 향하는 콴과 나이팅게일의 여정에 고집 센 손녀가 합세한다.

필립 뮬 감독의 신작으로 할아버지와 여자아이의 우정을 그린 전작, <버터플라이>의 중국 버전이라 할 영화다. 할아버지와 여자아이의 세대를 초월한 동행이라는 전작의 기조는 <나이팅게일>에서도 이어진다. 고향으로 향하는 콴의 여행길은 크고 작은 소동으로 지연된다. 기차에서 내리려는데 콴의 신발이 없어지는가 하면(물론 범인은 손녀다) 버스를 갈아타려는데 렌싱이 갑자기 사라진다. 영악하고 말괄량이인 손녀와 그런 손녀의 응석을 다 받아주는 할아버지의 투닥거리는 연기 앙상블은 극을 이끌어가는 주된 재미 중 하나이다. ‘자연 애호가’ 필립 뮬은 이번에도 자연경관을 담아내는 데 공을 들였다. 양슈오의 자연풍광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뻔히 연상되는 결말을 향해 가지만 그 목적지로 향하는 걸음걸음이 흥미로운 로드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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