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터/액트리스]
[송하윤] <제보자>
2014-09-30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송하윤

<제보자>에서 송하윤은 윤민철(박해일) PD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조연출 김이슬을 연기한다. 부스스하게 빗지도 않은 머리에 하얗고 꺼칠한 민낯, 밤새 일하다 조는 바람에 입가에 생긴 침자국까지 일과 피로에 찌든 모습이 제법 사실적이었다. 만나고 나서야 그 ‘리얼리티’를 납득할 수 있었다. 인터뷰 때문에 다 녹아 물이 된 빙수를 후루룩 후루룩 마시는 송하윤의 모습엔 거짓이 없었다.

-<태릉선수촌> <아기와 나> <나는 공무원이다> 같은 전작들에서 대개 철부지 역을 맡아서, 사회파 드라마에 어울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민감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인지 시나리오가 집으로 따로 배달돼왔다. 바른 자세로 앉아 경건한 마음으로 읽었다. 보통은 처음 읽을 때 집중해서 한번 딱 읽고 외워버린 뒤 다시 안 보는 편인데, <제보자>는 대본이 다 닳아서 새 책을 받아야 했을 정도로 밑줄쳐가며 공부했다. 사전지식이 없어선 입에 붙는 자연스러운 말이 안 나올 것 같았다.

-뭘 공부했나.
=연구 자료와 전문 용어는 물론이고, 모티브를 따온 사건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중요한 건 진짜 방송 PD처럼 보여야 했던 거다. 그 판에 있는 사람들 특유의 말투와 단어를 자연스럽게 숙지해둘 필요가 있었다.

-TV드라마도 수차례 출연했으니 알고 지내는 PD가 많았겠다.
=박해일 선배랑 <PD수첩> 취재 현장도 직접 따라가봤다. 몰래카메라도 달아보고, 땅바닥 기어다니면서 미행도 해봤다. 굉장히 조심스럽고 긴장이 됐다. 해일 선배랑 취재 다녀와서 서로 느낀 걸 공유하고 팀워크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박해일과는 콤비이기도 하면서 무뚝뚝한 큰오빠와 왈가닥 여동생처럼도 보였다.
=항상 같이 밥먹고 같이 움직였다. 실제로도 형, 동생처럼 지냈다. 현장에서 대부분 민낯으로 촬영했는데 어느 날은 스탭 언니가 너무 초췌해 보인다며 아주 얇게 아이라인을 그려줬다. 그런데 (박)원상 선배와 해일 선배가 날 보자마자 “너 화장했냐?” 하면서 엄청 놀리시는 거다. 화장한 거 보라며 손으로 막 문지르고! 여동생도 아니었다. 그냥 놀림거리였다. 선배들 앞에서 꾸미면 큰일난다. (웃음) 그러면서도 촬영 들어가면 완전히 윤민철이었다. 선배가 그러시는데 내가 감히 어떻게 한눈을 팔겠나. 정말 풀어진 적 없이 열심히 했다.

-여러 스탭들로부터 촬영 현장에는 여배우가 없었더라는 제보를 들었다.
=현장에서 해일 선배 졸졸 따라다니면서 쉴 땐 땅바닥에도 막 누워서 자고 그랬다. (유)연석 선배랑 같이 시사 보는데 내가 자다가 침 흘리는 걸 보고 막 웃더라. 아니 그런데 나는 정말 내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웃음) 자는 신은 힘껏 자고! 맞는 신은 힘껏 맞고!

-임순례 감독님께 들은 말 중엔 무엇이 기억에 남나.
=감독님이 워낙 자상하셨다.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쫑파티 때 한명 한명에게 각기 다른 책을 선물해주신 거다. 그 사람에게 지금 필요할 말이 담긴 책들이었다. 앞에 편지도 다 써주시고. 내 책? 제목은 비밀이고, 마음에 고마움을 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란 것만 말해두겠다. (웃음)

-촬영 중 힘든 일은 없었나.
=…추운 것? 사실 난 별로 안 힘들었는데, 배경이 가을이라 촬영 전마다 스탭들이 항상 눈을 다 치우셨다. 아마 그게 제일 힘드셨을 것 같다. 해일 선배랑 나는 옷이 점점 얇아졌지만 함께 자기최면을 걸면서 힘내자고 했다.

-<제보자> 시사회 끝인사를 “행복하세요~”라고 했다. 상냥한 성격인 것 같다.
=혼자 사는 것이면서도 다같이 사는 거라는 생각을 한다. <제보자>를 하면서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다들 자기 목적을 갖고 싸우는데 어떻게든 행복해지려고 싸우는 거니까. 그런데 사실 그날 내가 4일 밤을 새우고 간 거라 너무 졸렸다. 반쯤은 무의식에 나온 말이다. (웃음)

-한•중 합작 드라마 <인형의 기사> 촬영 때문에 계속 중국을 오가고 있다.
=같은 소속사의 갓세븐 동생들과 촬영한다. 나도 아직 막내 취급받는데 열살 어린 동생들이랑 일하니까 동생들이 나를 이모, 그랜마더(갓세븐엔 해외 멤버가 많다)라고 부르는 거다. 귀여워. (웃음) 만화 같은 로맨틱 코미디인데 동생들이 나를 지키는 요정으로 나온다. 와하하하!

장소협찬 카페 빠삐용•스타일리스트 김기만•헤어 차유기(이희)•메이크업 이미영(이희)•의상협찬 매긴, 슈즈원, 젤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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