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성실함과 명징함에서 발견한 가능성
2014-10-07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제19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우수상에 김수씨

응모작은 예년보다 많은 수의 112편이었으며, 예심을 거쳐 그중 11편이 본심에 올랐다. 본심은 변성찬, 송효정 영화평론가와 이영진 <씨네21> 편집장이 맡았다. 특정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주목할 만한 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치열한 대결을 요하는 대상영화의 부재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베를린>까지의 1기 류승완 영화의 궤적과 한국영화 세대론을 살펴보는 작가론이 본심에 2편이 올라왔다는 점이다. 올해 특히 한국영화 감독론이 상대적으로 적었음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현상이었다. 마틴 스코시즈, 조너선 글레이저, 소노 시온, 제임스 그레이, 마이클 만에 대한 장르론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지금 왜’ 그 작가, 그 장르인가에 대한 치열한 내적 고민은 부족해 보였다.

심사평

최종적으로 박소미, 김명기, 송아름, 김수씨의 글에 주목했다. 각 글이 지닌 미덕이 단점을 능가할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최우수상 선정에 주저하게 되었다. 박소미씨의 이론비평(‘담배와 노래가 사라진 세계: 지아장커론’)은 글의 전개가 안정적이었고 무엇보다 장면을 발굴하여 의미화하는 방식이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글이 장황하여 긴장감을 형성하는 힘이 부족했다. 기존 평론의 방식을 넘어선 자신만의 해석틀과 문체를 발굴하는 데까지 나아갔는가 질문했을 때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김명기씨(‘류승완의 피터팬들, 후크를 의식하기 시작하다’)는 발랄한 문체와 도발적 문제제기로 눈길을 끌었지만, 독자와 소통하는 방식에 미숙해 보였고 결론에 도달하는 도중 힘이 빠진 인상이었다. ‘액션, 리얼리티, 제너레이션: 류승완론’의 송아름씨는 작가론과 <도희야> 작품비평 모두에서 주목을 받았다. 순수한 유희적 세계가 <베를린>에서 어떠한 딜레마에 처하게 되었는가를 영화사적 맥락에서 살펴본 의도는 흥미로웠지만, 완결된 글이라 보기에는 결함이 많고 불균질적이었다. 결국 작품비평과 이론비평에서 심사자들의 고른 지지를 얻어낸 김수씨를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는 이론비평(‘무알코올맥주에 취한 시대를 위무하는 마틴 스코시즈의 해장술’)에서 강력한 허상으로 존재하는 금융자본의 세계를 냉철하고도 꼼꼼하게 짚어냈다. 작품에 깊이 잠입하여 공감하거나 대결하는 뜨거운 순간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도 있었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명징함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기로 했다.

지원한 모든 분들께 다시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심사자들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대화와 합의에 의한 것이다. 그렇기에 합의가 불가능한 탁월한 가능성이 충분히 평가받지 못할 수 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 <씨네21>은 내년에도 당신의 의견을 간절히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