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섬마을에 살고 있는 소년 카이토(무라카미 니지로)와 소녀 쿄코(요시나가 준)는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부모의 이혼을 겪으며 엄마와 섬에 들어와 살게 된 카이토는 더이상 아빠를 그리워하지 않는 엄마가 원망스럽다. 카이토를 사랑하는 쿄코는 신을 모시는 엄마가 큰 병에 걸려 죽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해변에서 시체 한구가 발견되면서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하고, 카이토와 쿄코의 관계도 변해간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는 <너를 보내는 숲>이나 <하네즈> 등으로 잘 알려진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신작이다. ‘자기치유의 영화’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그녀의 많은 작품들이 일관성 있게 자연과 인간, 삶과 죽음, 상처로부터의 치유와 재생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는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공간적 배경이 ‘바다’로 설정된 것은 흥미로운 변화다. 다가오는 엄마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쿄코에게 바다는 옷을 입은 채 들어가 자유롭게 헤엄치며 고민을 묻어버릴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지만, 카이토에게 바다는 만나고 싶지 않은 시체가 떠오른 곳이자, 해일로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데려갈지도 모를 두려움의 공간이다. 그런 아이들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바다로부터 배우는 것은 체념과 순응이다. ‘소년소녀 성장담’치고 조금 무거울뿐더러 빈번히 등장하는 상징적 이미지들이 영화의 발목을 잡지만, (영화의 메시지대로) 순응하고 받아들인다면 꽤 오래 마음에 남을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