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캐릭터에 맞는 콘트라스트를 만든다
2014-10-17
글 : 윤혜지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제보자> 김경석 조명감독

영화
2014 <히말라야> <강남 블루스> <제보자> <명량> 2013 <끝까지 간다> <코알라> 2012 <서울유람> <내가 살인범이다> <동창생> 2011 <최종병기 활> <악인은 너무 많다>

“옛날 조명은 스위치를 켜면 ‘퐁’ 하는 소리가 난다. 그 순간 배우를 환하게 비추는데, 와~ 나는 조명 아닌 다른 일은 못할 것 같더라.” 조명이야기에 선량한 인상이 더욱 둥그스름해진다. 김경석 조명감독은 19살 때부터 MBC에서 드라마, 교양팀 조명 스탭으로 일을 시작해 지금껏 한길만 파왔다. 경력은 어느덧 20년 가까이 됐지만 감독 타이틀은 <최종병기 활> 때부터 달았다. 단편 작업을 함께한 박종철 촬영감독이 <최종병기 활>의 촬영팀이었기에 그에게 조명감독직을 제의해왔다. “김한민 감독님을 처음 뵌 날 밥을 먹자고 하셨는데 너무 떨려서 쭈뼛거리며 밥만 먹었다. 그런데 밥먹는 게 복스럽다며 같이 일해보자고 하시는 거다. (웃음)” ‘복스러움’으로 합격한 사람답다. 말 한마디를 마칠 때마다 짓는 푸근한 웃음에 보는 사람까지 마음이 넉넉해진다.

어쩌면 행운의 아이콘일까. 올해 상반기 화제작 <끝까지 간다>와 하반기 화제작 <명량>은 모두 김경석 조명감독이 참여한 영화다. 둘 다 캐릭터가 도드라지는 작품. “<끝까지 간다>는 조명의 색감이 포인트였다. “창민(조진웅)은 차가운 색 위주로 써서 서늘한 느낌을 주었고, 건수(이선균)는 피부색에 가까운 따뜻한 색을 써서 친근감을 주었다.” <명량>은 조명의 위치가 중요했다. 사극에 쓰이는 빛은 대개 낮은 위치에 놓여 있고, 인물들은 좌식 생활을 하기 때문에 조명도 낮은 위치에서 썼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이순신(최민식)의 눈에서 빛나는 불이다. “회상 장면에서 장군 옆에 불길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따로 조명을 만들었다. 스크린으로 보면 아마 눈에 불이 번쩍번쩍 할 거다.”

최근작 <제보자>는 장소의 리얼리티가 관건이었다. 세트는 거의 없이 대부분 로케이션 촬영이었다. 천장도 낮고 변수도 많아 조명을 치기에 까다로워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고 한다. “중요한 건 생활에 묻어나는 빛이다. 쫓기고 내던져진 사람들이 은밀하게 만나는 장면이 많아 형광등처럼 갑갑하고 차가운 느낌의 조명을 주로 썼다. (박)해일이 형의 눈이 참 맑고 깊은데, 그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특유의 표정이 잘 보이도록 최대한 콘트라스트를 약하게 넣었다.” 반면 심민호(유연석)는 내내 어둠에 갇혀 있다.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으니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을 거다. 자연광이 들어도 아주 일부로만, 대부분 커튼을 두껍게 쳤다. 방에서 TV를 봐도 불을 끄고 본다. 심민호가 숨어 있는 상태라고 관객이 느끼기 바랐다.” 현재는 <강남 블루스>와 <히말라야>에 참여하고 있다. <강남 블루스>는 <최종병기 활> <명량> <끝까지 간다>를 같이한 김태성 촬영감독과 또다시 함께한다. “김래원, 이민호 두 배우의 얼굴에 제대로 콘트라스트를 만들었다. 두 배우에게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진짜 남성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호언장담하는 김경석 조명감독의 얼굴엔 어느새 웃음기 대신 자신만만한 각오가 서려 있다. 글 윤혜지•사진 손홍주

조명팀 식구들

“<최종병기 활>을 할 때 가장 기뻤던 게, 조명감독 타이틀을 달게 됐다는 것보다 내 팀에 있는 동생들을 현장에 불러올 수 있다는 거였다. 십년쯤 형, 동생 하며 같이 지내온 사이인데 한자리에 모으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더라. 지금까지도 나를 믿고 따라주는 형, 동생들 보는 낙에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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