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장> <후란강 이야기> <우차상> 등의 작품을 남긴 중국의 천재작가 샤오홍. “1970년대에 샤오홍의 소설을 읽은 뒤부터 그녀의 삶에 매력을 느꼈다”는 허안화 감독은 샤오홍을 두고 “탁월한 ‘로맨틱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로맨틱 아티스트’라는 말은 샤오홍의 전기영화 <황금시대>가 그녀의 삶에서 무엇을 크게 취하고 버릴 것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영화의 첫 장면. 샤오홍(탕웨이)은 카메라를 바라보고 직접 자기소개를 한다. 1911년 6월1일 헤이룽장성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장나이잉이며 1942년 1월22일 홍콩의 성스테판 여학교 임시병동에서 31살에 생을 마감했다는 짧은 소개가 끝나면, 그녀의 순탄치 않았던 삶이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매정한 아버지 대신 할아버지로부터 사랑과 따스함을 배운 샤오홍은 집에서 정해준 약혼자와의 혼사를 거부하고 스무살에 집을 나온다. 그러다 1932년 하얼빈에서 일생의 남자, 샤오쥔(풍소봉)을 만난다. 샤오쥔을 만날 당시 샤오홍은 임신한 상태로 남자에게 버림받아 여관방에 갇혀 있는 신세였다. 신문사에 기고하며 입에 풀칠하던 가난한 작가 샤오쥔은 샤오홍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두 사람은 혹독한 가난과 추위를 견디며 사랑을 나눈다. 이후 상하이로 거처를 옮긴 두 사람은 당대 문학계의 큰별 루쉰(왕지문)과 교류하고, 국공합작, 중일전쟁 등 정치적 격변 속에서 고난을 함께한다.
<황금시대>는 샤오홍의 일대기를 샤오쥔이라는 열쇠를 통해 풀어간다. 그녀의 마음의 병은 사랑의 시련에서 비롯된다. 즉 샤오홍에게 샤오쥔은 희망이며 절망이고 기쁨이며 아픔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샤오홍이 샤오쥔에 관한 글을 평생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안화 감독은 두 사람의 주변 인물을 통해 이들의 관계를 되살려내려 시도한다. 배우들은 종종 카메라 앞으로 걸어나와 샤오홍에 관해 진술한다. <황금시대>는 극영화이지만 중간중간 재연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온다. 그 결과 관객은 픽션을 온전히 팩트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몰입과 거리두기를 병행하는 이 영화의 독특한 형식은 평범한 전기영화와 <황금시대>를 구분짓는다. <심플라이프> <여인사십> <객도추한> 등을 만든 홍콩영화계의 대모 허안화 감독은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으로 감동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 탕웨이 역시 자신이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갈 것임을 직감하고 있는 여인의 삶을 훌륭히 연기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