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피어스 브로스넌의 새로운 스파이영화 <노벰버 맨>
2014-10-15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피터(피어스 브로스넌)는 전직 CIA요원으로 은퇴 후 스위스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은밀하고도 거절하기 어려운 임무가 부여되고 그는 사건의 실마리를 쥔 여성 앨리스(올가 쿠릴렌코)를 보호하게 된다. 차기 러시아 대통령이 될 정치인의 숨은 비밀에 다가가는 미션 수행 중 피터는 자신의 옛 연인을 잃고 과거의 제자 데이빗(루크 브레이시)과 대적해야 하는 난관에 처한다.

<노벰버 맨>은 피어스 브로스넌의 새로운 스파이영화다. 코드네임 ‘노벰버 맨’은 그가 지나간 자리에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황량한 겨울 같은 풍경이 생겨난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감독은 <노웨이 아웃>에서부터 <뱅크 잡>에 이르기까지 액션 전문인 로저 도널드슨이다. 중후하고 노련한 피어스 브로스넌은 올드보이 스파이의 귀환 이상의 인상은 남기지 못한다. 순수와 매혹의 사이를 오가는 다층적 캐릭터를 선보인 앨리스 역의 올가 쿠릴렌코는 이 영화의 가장 흡인력 있는 캐릭터다. 서사는 대체로 예측 가능하며 기억에 남는 추격 신을 딱히 짚어내기 어렵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과 더 힘겹게 싸워야 하는 심리적 불안감이나 복수를 추동하는 간절한 동기도 선명히 제시하지 못한다. 영화는 빌 그랜저의 냉전기 스파이 소설의 배경을 21세기로 각색했다. 그런 만큼 이념 갈등보다는 러시아 내부 정치상황, 체첸이나 세르비아 등 주변국에서 발생하는 테러와 착취, 미국 정보국의 내정 간섭에서 발생하는 음모와 갈등에 초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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