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옛 추억을 자극하는 유쾌한 로맨스’ <할리데이>
2014-10-15
글 : 임정범 (객원기자)

학교를 막 졸업한 테일러(한나 아터턴)는 이탈리아 동남부에 있는 풀리아로 휴가를 떠난다. 친언니 매디(애나벨 스콜리)를 만나기 위해서지만, 3년 전 그녀는 이곳에서 이탈리아 남자와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 먼저 도착한 매디 또한 그곳에서 평생의 인연을 만났다. 고작 5주 만에 결혼까지 결심하게 만든 남자다. 그런데 하필 테일러의 형부가 될 그는 3년 전 그녀가 사랑했던 이탈리아 남자, 라프(줄리오 베루티)다.

<할리데이>는 다소 빤해 보이는 휴양지 가이드북 같다.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전형적인 로맨스를 왕년의 인기곡을 활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안에 녹였다. 일단 80년대의 대표적인 댄스팝 레퍼토리를 테마로 잡은 뒤, 테일러가 처하는 극적인 상황마다 히트곡 메들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식이다. 테일러가 공항에 도착하면 마돈나의 <Holiday>가 플래시몹으로 재현되고, 결혼식 전날의 총각파티는 신디 로퍼의 <Girl just wanna have fun>과 듀란듀란의 <Wild boys>를 섞은 군무로 채워진다. 억지스러운 연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참신하지도 않은 선곡이 이어지면서 ‘옛 추억을 자극하는 유쾌한 로맨스’라는 목적은 달성한 듯 보인다. 다만 이런 무난한 연출 탓에 히트곡이 지닌 기존 인상을 넘는 매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드라마의 진부함을 더하는 듯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색다른 편곡을 감행하여 곡을 재해석하려는 시도 없이 30년 전 유행가의 메시지를 그대로 차용하는 것은 친숙함보다는 게으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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