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로케이션 매니저
로케이션 매니저
영화 <슬로우 비디오>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 <히어로> <아이 러브 이태리> <아이리스2>
프로덕션 슈퍼바이저 <허삼관>(가제)
프로듀서 <가문의 영광5: 가문의 귀환>
제작팀 <시선너머-바나나 쉐이크>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하모니> <날아라 펭귄> <해운대> <색즉시공2> <바르게 살자>
김현철 제작팀장
제작실장 <족구왕>
제작팀장 <슬로우 비디오> <집으로 가는 길> <점쟁이들>
제작팀 <블라인드>
“골목길을 지나면 (감독님이 원하는) 그 카페가 보였는데… 꿈을 꾼 거더라. (웃음)” <슬로우 비디오>의 박정훈(오른쪽) 로케이션 매니저의 애잔한 일화다. 동네 길을 따라 드라마가 펼쳐지는 <슬로우 비디오>에서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세트장을 뺀 영화의 모든 장소 섭외를 담당하는 로케이션 매니저와 제작팀엔 길과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길도 그냥 길인가. 삼거리 한쪽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있고 배우들 동선도 확보될 정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그 길’을 찾아 헤매다보니 로케이션 매니저의 꿈자리도 뒤숭숭해질 수밖에.
“헌팅 전문 업체까지 있는 드라마나 CF쪽과 달리 영화는 제작부가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장소 섭외를 전담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엔 워낙 촬영 일정이 빠듯해 경력 많은 박 매니저를 모셨다.” 김현철(왼쪽) 제작팀장의 말대로 박 매니저는 촬영 2주 전에 합류했다. 영화 제작부 일을 두루 거치며 2010년부터 드라마 로케이션 업무를 병행했지만 영화의 로케이션 매니저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간별로 정리해둔 사진 데이터와 인터넷 검색, 포털 사이트 로드뷰를 적극 활용한다. 그래도 직접 현장으로 가야 시작되고 끝나는 게 로케이션 일이다보니 이번에도 골목골목을 누볐다. “제작팀이 답사를 끝낸 곳도 일일이 다시 걸어봤다. 사진기랑 지도 들고 걷고 또 걷고.”
헌팅을 하다보면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다. “선발대가 전화를 해온다. 섭외까지 끝낸 건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거다.”(김현철) 헌팅이 끝난 뒤 곧장 촬영에 돌입하는 게 아니다보니 그사이 공간이 철거된 경우였다. 김 팀장은 두번은 안 당한다는 심정으로 “지방 촬영의 경우 그 지역 도시개발공사에 전화해 도로 공사 계획이 있는지까지 확인한다”. 꼼꼼함 못지않게 집요함도 필수다. 박 매니저는 <하모니> 때 청주 여자교도소 운동장 촬영을 위해 3개월간 법무부를 설득해 오케이를 받아냈다. “집요해야 장소 섭외가 실패해 대안을 찾아야 할 때도 재빨리 집중할 수 있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소 섭외의 달인들을 지인들이 가만둘 리 없다. “네가 참여한 그 영화 속 장소가 어디야?”라는 질문을 꽤 들었다. “<슬로우 비디오>만 해도 은행잎이 마구 떨어지는 그곳이 어디냐고 많이 묻더라. 11월 초 서울숲에 가면 볼 수 있다.”(김현철) 헌팅하다 보면 ‘나만의 장소’도 생긴다. “성북동의 한 언덕에 오르면 서울시가 270도 각도에서 다 보인다. <슬로우 비디오>엔 못 써먹었지만 언젠가는 한번….”(박정훈) 헌팅해 온 장소를 보고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낼 때, 그 장소가 영상으로 만들어졌을 때, 관객이 거기가 어디냐 물어봐줄 때 일할 맛이 난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다. “섭외한 장소가 아침에 문을 안 열어주면 어떡하지?”(김현철) “모레 촬영인데 아직도 장소가 미정이면 전 스탭이 나만 볼 텐데 그땐 또 어떡하나? 하하.”(박정훈)
<8월의 크리스마스> 비디오테이프
“150번 정도 봤나?” 박정훈 로케이션 매니저를 영화의 길로 이끈 <8월의 크리스마스> 비디오테이프. 처음 이 영화를 보고 푹 빠져 군 입대 직전엔 촬영지인 군산까지 직접 다녀왔다. 영화 속 장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사진을 찍고 캡처한 영화 화면과 함께 <8월의 크리스마스> 팬카페에 올리는 열정까지 보였다. 어쩌면 그의 로케이션 헌팅은 이때부터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