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터/액트리스]
[데인 드한] <킬 유어 달링>
2014-10-21
글 : 윤혜지
데인 드한

한 남자는 소년을 사랑했고, 소년은 그 남자를 미워했다. 소년과 남자는 함께 밤길을 걸었고, 날이 밝아온 뒤 남자는 사라졌으며 소년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킬 유어 달링>은 루시엔 카가 자신을 사랑한 데이비드 캐머러를 살해한 실제 사건을 극화한 영화다. 루시엔 카는 미국 비트문학 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인물이다. 베일에 싸인 그 인물을 연기한 이는 데인 드한이다. 예비 문학가들의 매혹의 뮤즈였던 루시엔 카에 관해 데인 드한과 짧은 서신을 나눴다.

-<킬 유어 달링>은 루시엔 카를 거칠고 매혹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나로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누군가와 시시덕거리면서도 분명한 선을 긋는 루시엔의 태도였다. 루시엔은 그들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고는 그 마음을 곧바로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마치 검정과부거미 같지 않나(검정과부거미의 암컷은 짝짓기 직후 수컷을 잡아먹는다.-편집자). 내가 루시엔 카를 연기하고 싶었던 이유도 그가, 내가 이전엔 한번도 연기한 적이 없는 매력적이고 섹시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난 항상 새로운 역에 목마르다.

-실화와 창조된 캐릭터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았나.
=영화가 실제의 루시엔 카를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그에 관해 내가 연구한 모든 것들이 영화에 녹아들어 있다. 중요한 건 ‘그 사건’ 이후의 루시엔의 변화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한 세대를 이끈 예술가를 연기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가 필요했겠다.
=사실 당대의 문학과 음악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는 않았다.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나에겐 이미 어느 정도 익숙한 문화였다.

-루시엔 카의 데이비드 캐머러 살인은 당시 ‘명예살인’으로 보도됐다. 명예살인은 1940년대에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를 강간하려 할 때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죽이는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했던 법이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호모포비아적 시선을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정확히 아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촬영 당시에도 우린 각기 다른 버전을 서너개 준비했었다.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건 명예살인은 혐오스럽고 부끄러워해야 할 개념이라는 거다. 절대 존재해선 안 되는 법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한편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대니얼 래드클리프와 함께 연기한 뒤 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됐나.
=대니얼은 프로페셔널하고 멋진 남자다. 자기 일을 진정 사랑하고, 자신의 열정을 주변에 전염시키기도 한다. 실제의 그는 대단히 현실적이고 겸손하다. 지금도 나는 그와 가까운 친구로 지내고 있다.

-<킬 유어 달링>에서도 전작에서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다 자폭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젠 데인 드한이란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레 특정한 유형의 캐릭터를 떠올리게 된다.
=나에게 그들은 모두 다 다르고 복잡한 캐릭터들이다. <크로니클>의 앤드루 디트머는 친구도 없고, 돈도 없고, 완전히 무력한 사람이다. 반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해리 오스본은 많은 친구와 여자들, 돈과 권력을 가졌다. 그리고 루시엔 카는 카리스마와 섹슈얼리티를 무기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난 그들 모두가 약점을 숨기기 위한 제각각의 방어기제를 갖춘, 복잡한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연기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프랜차이즈영화와 소규모 예산의 작가영화에 참여하는 건 어떻게 다른가.
=아무래도 돈과 시간의 규모가 다르다. <킬 유어 달링>은 딱 19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실수가 용납될 수 없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모두 함께해낸 거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예산도 넉넉했고 촬영도 여섯달이나 했다.

-선호하는 유형의 캐릭터나 스토리가 있나.
=항상 다른 시도를 하려고 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이후 차례로 ‘좀비로맨틱코미디드라마’, 전기영화, 17세기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영화를 찍었다. 새로운 역에 도전하는 것만큼 연기에 몰입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것이 내가 배우로서 성장해나가는 방식이다.

-현재는 어떤 작품에 참여하고 있나.
=제임스 딘으로 출연하는 안톤 코르빈 감독의 <라이프> 촬영을 끝냈다. 또, 17세기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튤립 피버>를 찍었다. 나는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로 나오고 알리시아 비칸데르, 크리스토프 왈츠, 주디 덴치,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등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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