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놈 머리에 뿔이 났다고 누가 그러면 (그놈은) 뿔 달린 놈이 되는 거야. 그게 무서운 거야. 뿔 안 난 걸 보여주고 증명을 해도 그 증명을 보지 않은 사람이 본 사람보다 더 많으면 그놈은 뿔난 놈으로 낙인이 찍히는 거야.” <다이빙벨>의 초반부, 언론의 책임에 대해 말하던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비유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들썩이게 만든 <다이빙벨>은 세월호 침몰 이후 다이빙벨 투입을 놓고 해경과 이종인 대표 사이에서 벌어진 보름간의 실랑이를 중계하며 언론의 책무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드는 다큐멘터리다.
2014년 4월16일, 승객 476명이 승선한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다. 사흘이 지난 뒤, 이상호 기자는 고발뉴스를 통해 팽목항 구조 현장을 생중계한다. 언론의 보도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인 현장을 보고 놀란 이상호 기자는 잠수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통해 다이빙벨에 대해 듣는다. 종처럼 생긴 다이빙벨은 잠수사들이 바닷속에서 장시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다. 물속에 잠긴 다이빙벨의 윗부분엔 물이 차오르지 않는 에어포켓이 생기는데 잠수사들은 에어포켓을 통해 바지선과 연결한 튜브로 산소를 공급받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종인 대표는 다이빙벨을 투입해 구조를 속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해경과 정부는 그를 모른 체하고, 언론은 다이빙벨의 “구조 실패”만을 반복해 보도한다.
사고가 벌어진 지 불과 6개월 만에 다큐멘터리 한편이 제작됐다. <다이빙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안에 대해 긴급하게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현장에 가 있지 않았다면 모를 몇 가지 사실에 카메라를 들이밀며 전후 관계를 밝혀내고야 마는 용기도 인상 깊다. 하나 단점도 적지 않다. 주장을 밀어붙이기만 한다는 인상은 보는 이에게 부담감을 안긴다. 주장만이 이어질 뿐 구체적 증거가 제시되지 않으며, 뉴스 클립을 거친 편집으로 이어붙인 장면도 많다. 관객의 동의를 구하고자 감정적으로 과장해 연출한 장면도 불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다이빙벨>의 영화적 완성도를 논하기 이전에 사회 현안을 취재하던 기자가 어째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는지, 그 절박함을 생각하는 것도 또 하나의 관람 방법일 것이다. 다이빙벨 속의 좁은 에어포켓, 현장에 고립된 이들에게는 그런 숨통이라도 필요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