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연애에 관한 6편의 단편영화 옴니버스 <서울연애>
2014-10-29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등록금, 주거, 취업 등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서울의 20대에게 연애 역시 난제이다. <서울연애>는 서울을 배경으로 20대 감독들이 찍은 연애에 관한 6편의 단편영화 옴니버스다. 청춘의 시간이라는 의미를 재미있는 조어로 풀어낸 제목의 <영시>(최시형)는 룸메이트였던 두 남녀가 어색함을 깨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다루었다. 남자는 고백의 방법을 모르고, 아마도 여자는 남자보다 한수 위다. <서울 생활>(이우정)에서 남녀의 연애는 그들이 살아온 공간에 대한 경험담이기도 하다. 좁은 원룸 생활에 지친 여자는 3년간의 동거 생활을 청산하고 후암동으로 떠나려 한다. <상냥한 쪽으로>(정재훈)는 도심의 반대편인 야생의 숲을 향한다. 지방에 사는 남자와 연애하는 여자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있는 남자친구의 불친절함에 화가 난다. 전투처럼 오르던 등산은 각자의 하산 길로 이어지지만, 결국 두 연인은 만나게 될 것이다. <춘곤증>(김태용)은 몸이 먼저 끌리는 연상연하의 연애를 다루고 있다. 무미건조해 보이는 유부녀에게 집착하는 것도, 인물 좋은 연하의 전자상가 용팔이에게 끌리는 것도 그들의 일상이 피곤하기 때문인 거다. <군인과 표범>(이정홍)은 지루할 정도의 롱테이크로 무의미한 주방장의 일과를 따라간다. 연애란 남의 사정이지만, 그러한 남의 사정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뎀프시롤: 참회록>(정혁기•조현철)은 판소리 복싱에 인생을 건 청년의 인생담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미 펀치드렁크 증후군에 걸린 병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영화는 지난 2013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인 바 있다. 영화 전체의 톤을 고르게 하기 위해 300만원의 제작비와 DSLR 촬영을 사전에 합의하였다고 한다. “엄마 아빠 뽑아먹을 수 있을 때 다 뽑아먹어”, “난 꿈도 안 꿔” 등 지나가는 대사에서도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의 포기)의 냉소적 직설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인상적인 두 장면이 있다. <상냥한 쪽으로>에서 다투었던 연인은 유리구슬 안에서 온전히 하나의 평온한 모습으로 포개진다. <뎀프시롤: 참회록>에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대”라는 결말은 정신의 착란 속에서만 가능한 환상적 각색이다. 슬프게도 이 환상의 바깥은 그들을 녹다운에 이르게 하는 가혹한 전쟁터라는 말이다. 낭만보다 냉혹함이 앞서는 서울연애에 대한 젊은 영화인들의 응답은 비관적이지만, 그 접근방식은 신선하고 역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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