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좀비물의 새로운 변화 <리턴드>
2014-10-29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인간’으로 살기 위해 36시간마다 맞아야 하는 주사.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좀비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됐지만 이들은 ‘리턴’이라 불리며 여전히 차별을 받는다. 게다가 비축해둔 치료제는 바닥나고, 리턴들을 모조리 죽이려는 무차별 테러까지 발생하자 리턴으로 살아가던 알렉스(크리스틴 홀든 리드)는 140개의 약과 함께 살기 위한 도주를 시작한다. 그는 과연 계속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매번 새롭게 변화하는 좀비 장르의 최근 유행은 좀비에서 인간으로 다시 돌아온, 좀비도 인간도 아닌 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스페인에서 활동하던 마누엘 카르바요 감독의 <리턴드>는 그 흐름을 좇는 영화 중에서도 색다른 길을 걸으려 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 영화에 좀비물의 클리셰인 신체훼손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좀비와 싸우는 인간들의 사투가 아니라 약을 얻기 위해 인간들과 싸우는 인간들의 모습에 더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이 설정은 의외로 높은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즉 걸어다니는 좀비를 몽둥이로 후려치는 인물보다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해가는 리턴들의 모습이 더 흥미진진하다. 또한 감독은 리턴을 배제하는 거시적인 사회•정치적 맥락과 개별적인 인간들의 이기심을 적절하게 교차시키며 <리턴드>를 사회적 타자에 대한 슬픈 우화로 읽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어둔다. 비록 잘 쌓아올린 드라마와 그 긴장을 마지막 5분 동안의 급전개로 다 무너뜨리긴 하지만 <리턴드>는 좀비물의 새로운 변화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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