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라예보의 로미오와 줄리엣’ <투와이스 본>
2014-10-29
글 : 김정원 (자유기고가)

젬마(페넬로페 크루즈)는 옛 친구의 전화를 받고 사라예보를 찾는다. 그리고 시작되는 30년 전의 이야기. 1984년 사라예보를 여행하고 있던 젬마는 미국인 사진작가 디에고(에밀 허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와 결혼한다. 세월이 흘러 젬마와 디에고는 내전 중인 사라예보를 찾는다. 그리고 이방인인 그들에게도, 전쟁은 깊은 상흔을 남긴다. 30년 전에 시작된 사랑과 그 사랑이 남긴 아이, 전쟁과 세월의 폐허에 묻은 비밀. 대하 멜로드라마라고 불러도 좋을 스토리를 품은 <투와이스 본>은 서로만 있다면 무엇도 바라지 않았을 연인의 비극을 들려주는 영화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 사이로, 그에 비하면 사소하지만 하찮다 말할 수 없을 러브스토리를 누벼넣는다. 익숙한 방식이다. ‘사라예보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알려진, 함께 탈출하다 사살된 연인의 사진처럼,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논설과 분석보다 가슴을 울린다. 누구도 겪어선 안 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라고.

진부하고 산만하며 때로는 인내를 요구하는 <투와이스 본>은 그 때문에 인상적이다. 어찌 보면 사랑놀음에 불과하다. 눈이 부셨던 젊음과 사랑. 그 시간은 언젠가 끝날 수밖에 없으니, 전쟁은 그 핑계가 될 뿐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엔 비평의 잣대로만 잴 수 없는 진실한 감정이 있다. 영화의 처음, 젬마가 “고히코? 나의 고히코?”라고 묻는 순간, 그 모든 사연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전해진다, ‘나의’라고 부를 수 있는 누군가를 묻어두었던 세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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