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의 외도로 이별을 겪은 월레스(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실연의 상처에서 빠져나올 즈음, 우연히 파티에서 샨트리(조 카잔)를 만난다. 두 사람은 말도 잘 통하고 취향도 잘 맞아 월레스는 이내 그녀에게 반한다. 그날 밤 헤어질 무렵, 월레스는 샨트리에게 오래된 남자친구 벤(라프 스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때문에 그는 그녀를 잊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공교롭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샨트리는 월레스에게 친구가 될 것을 제안하고, 둘은 솔메이트가 된다. 친구인 듯 친구 이상인 그들의 관계는 위태로워 보인다. 월레스의 친구 알렌(애덤 드라이버)은 그녀에게 진심을 고백하라고 재촉하지만 월레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어린 시절 부모의 관계도 그렇고, 얼마 전 애인과 결별한 사건 등 과거의 상처가 그를 붙잡기 때문이다.
‘친구로 남을 것인가, 혹은 위험을 무릅쓰고 고백할 것인가’ , 영화 <왓 이프>의 고민은 고전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따른다. 그렇지만 주인공이 겪는 식상한 갈등은 자극적이지 않은 한도에서 관객을 사로잡는다. 맛을 짐작할 수 있는 레시피지만, 이 조리법이 새로운 감동을 던지기 때문이다. 원작은 <치약과 시가>라는 희곡으로 알려져 있다. 각본가 엘란 마스타이가 각색한 시나리오는 2008년 할리우드 제작자들 사이에서 ‘블랙리스트’라고 칭해지며 호평받았는데, 이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화는 2013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국내부문 최우수 각색상을 수상했다.
전반적인 극의 배경은 캐나다의 토론토이다. 촬영은 2012년 8월 중순 캐나다에서 시작되어 약 6주간 이어졌으며, 후반부의 배경이 된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약 3일간 촬영이 진행됐다고 한다. 처음 월레스 역을 제안받은 배우는 케이시 애플렉이었지만, 프로덕션쪽은 좀더 나이가 어린 배우를 물색했고 결국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최종 낙점됐다. 이 캐스팅은 성공적인 듯 보인다. 래드클리프에게는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 어울릴 것이란 예상을 완성된 영화가 보기 좋게 깨어놓는다. 감독 역시 “대니얼이 웃음을 줄 수 있는 포인트를 포착하는 데 놀랐다. 희극 장르의 영화를 촬영할 때 배우들의 호흡과 더불어 약간의 오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한다. 음악이나 조연, 여주인공의 마음이 반영된 애니메이션 매핑 이미지 등 디테일한 요소 역시 전반적으로 잘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