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로버트 드니로와 존 쿠색의 연기 대결 <룸13>
2014-11-1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보스(로버트 드니로)의 신뢰를 받고 있는 킬러 잭(존 쿠색)은 이상한 임무를 맡는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검은색 가방 하나와 함께 시골 모텔의 13호실을 찾아가라는 것이다. 쉬워보이는 임무이지만 한 가지 조건이 더 주어진다. 가방을 절대 열어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 그렇게 잭은 찝찝한 기분을 안고 모텔로 향하는데 일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다른 킬러가 가방을 노리는 것은 물론, 의문의 여인이 자신을 구해달라는 등 변수가 속출하는 것이다.

로버트 드니로와 존 쿠색의 호흡으로 눈길을 끄는 <룸13>은 다음 사건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빠른 전개와 몇 차례의 반전이 있는 범죄물이다.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건 가방의 내용물을 볼 수 없다는 규칙이다. 혼자 있는 방에서 가방 한번 열어보는 게 어려울 리 없지만 잭은 이상할 정도로 명령을 따르며 의외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깡패들의 침입과 경찰의 수사라는 위기 속에서도 끝내 가방을 열지 않아 극의 긴장과 관객의 궁금증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인물들의 납득하기 힘든 행동을 그나마 참을 수 있는 것도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방 속 내용물의 정체가 드러난 뒤부터 영화의 긴장은 급격히 떨어진다. 최소한의 개연성을 붙잡고 있던 이야기는 약속된 반전이 등장한 뒤 완전히 폭주해버리고, 결국 허무한 결말을 관객에게 강요하고 만다. 로버트 드니로와 존 쿠색의 연기 대결이 주었던 잠깐의 인상적인 순간까지 잊게 만드는 안타까운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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