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두려운 것을 바라보는 용기 <철의 꿈>
2014-11-12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멜랑콜리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의 내레이션이 2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썼던 편지를 들려준다. ‘신’을 찾아 무녀가 된 옛 연인에게, 남자는 당시의 결정이 회피였다고 이른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말했던 신보다 더 구체성 있는 ‘새로운 신’을 찾아내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그렇게 남자는 홀로 내면의 여행을 시작한다. 신을 찾아 떠나는 그의 여정은 근대의 산업발전 모순과 연관돼 있고, 때론 숭고한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 느껴진다.

다큐멘터리 <철의 꿈>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에서 시작해 바다라는 공간을 두고 펼쳐지는 영적인 흐름, 근대의 역사 탐구에 이르는 거대한 연결고리를 잇는 일종의 에세이 필름이다. 주인공이 처음 당도한 장소는 한국 최고(最古)의 암각화가 수몰된 울산의 산기슭이다. 바위에 새겨진 고래잡이 벽화는 댐건설로 물에 잠긴 상태다. 이렇듯 산업이 앗아간 유산은 고래의 이미지로 바뀌고, 이후 동굴의 모습과 흡사해 보이는 조선소에서 태어나는 선박의 모습으로 변형된다. 이미지의 유사성을 통해 감독은 시간을 뛰어넘는다. 그렇게 ‘현재’의 울산 중공업과 ‘과거’ 산업화 당시의 푸티지 필름, ‘상상’ 속의 바다가 혼합되어 남자의 정서를 드러낸다. 후반부의 사운드 몽타주가 인상적이다. 파울로 비바콰의 사운드트랙은 3채널의 영상 편집과 어우러져 관객의 마음을 장악해간다. 중공업 시설과 고래의 스케일이 만들어내는 정서의 리듬감, 이를 통해 영화는 사라져버린 과거를 되살리는 것보다 두려운 것을 바라보는 용기가 더 필요한 시점임을 알린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