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소노 시온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지옥이 뭐가 나빠>
2014-11-12
글 : 주성철

소노 시온의 이전 영화들과 가깝고도 먼 묘한 매력의 영화다. 야쿠자 보스 무토(구니무라 준)는 출소가 다가온 아내를 위해 딸 미츠코(니카이도 후미)를 영화에 데뷔시키려 한다. 하지만 제멋대로에다 연기력도 엉망인 딸로 인해 촬영은 번번이 무산되고, 무토는 직접 영화 제작에 나서려 한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만년 감독 지망생 코지(호시노 겐)가 이끄는 ‘퍽 보머스’에 연출을 맡긴다. 그들에게 인위적인 연출이란 없다. 그렇게 무토파와 그들의 라이벌 이케가미파의 결전을 실시간으로 담는 액션영화 촬영이 시작된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킬 빌>(2003)을 시작하며 ‘후카사쿠 긴지 감독에게 바친다’고 했다. <지옥이 뭐가 나빠> 또한 그를 ‘계승’하는 것 같다. 영화 제목이 뜰 때 흘러나오는 오프닝 음악도 바로 후카사쿠 긴지의 <의리 없는 전쟁>(1973) 테마곡이며, 영화에 등장하는 파출소의 이름도 무려 ‘후카사쿠 파출소’다. 한편으로 <지옥이 뭐가 나빠>는 소노 시온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그가 <자전거의 한숨>(1990)을 찍을 당시 제작팀에 붙였던 이름이기도 한 ‘퍽 보머스’는, 그가 40살에 만든 <자살 클럽>(2002)으로 주목받기까지 악전고투해온 그의 ‘인디정신’을 함축하는 이름이다. 열심히 촬영 중인 퍽 보머스를 향해 동네 꼬마들은 ‘바보’라고 놀리고, 오랜 세월 예고편 하나 찍은 게 전부인 코지는 ‘CANNES’라고 대문짝만 하게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잔혹 미학 혹은 악취미의 컬트 제왕이라 불리는 천하의 소노 시온도 바로 그렇게 시작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