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살아남은 대원들을 태운 탱크 <퓨리>
2014-11-19
글 : 이주현

<퓨리>는 장대한 서사나 스펙터클한 전투 신으로 도배된 전쟁영화가 아니다. <퓨리>가 전쟁영화로서 가지는 특별함은 오히려 이야기의 규모를 축소하고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린 데서 비롯된다. 블록버스터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캐릭터로 할 말만 하고 보여줄 것만 보여주는 영화라는 얘기다. 그 선택과 집중이 밀도 높은 전쟁영화를 완성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으로 치달을 무렵인 1945년. 연합군은 나치의 심장부를 공격한다. 워 대디(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전차부대는 나치의 격렬한 저항을 최전선에서 받아내야 하는 임무를 떠안는다. 하지만 연합군 역시 누적된 피해가 큰 상황. 워 대디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전쟁터로 부대원들을 이끌고 간다. 워 대디와 함께 오래 손발을 맞춰온 포수 바이블(샤이아 러버프), 운전병 고르도(마이클 페나), 장전병 쿤 애스(존 번탈), 그리고 입대 8주차의 신병 노먼(로건 레먼)은 탱크 ‘퓨리’와 동료들에 의지해 전장으로 진격한다.

영화의 초반은 신병 노먼의 시선으로 전쟁의 참상을 그린다. 포로로 붙잡힌 무력한 적군의 몸에 기어이 총알을 박아넣으라 명하는 워 대디에게 노먼은 반항해보지만, “이상은 평화롭고 역사는 폭력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뿐이다. 그리고 참혹한 전장에서, 좁디좁은 탱크 안에서 동료애가 싹튼다. 탱크는 <퓨리>의 중요한 공간이자 또 하나의 캐릭터로 작용한다. 대원들이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 또한 탱크 안에서다. 대원들이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술을 돌려 마실 때, 신과 구원에 대해 얘기할 때 냉정하던 영화의 시선은 한없이 뜨거워진다. 탱크의 무한궤도에 깔린 시체나 나치 친위대에 협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처형당한 독일인의 모습을 보여줄 때의 카메라는 건조하고 차갑기 그지없지만 탱크 안의 인물들을 담을 땐 정반대의 태도를 보인다. 탱크와 탱크의 근접 전투 신 역시 긴장감 있게 묘사된다. 제작진은 실제로 2차대전 때 쓰인 미군의 셔먼탱크와 독일군의 대전차포 티거탱크를 박물관에서 공수해와 카메라 앞에 세웠다.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탱크의 위용을 전시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사실 긴박감 넘치는 탱크 전투 신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살아남은 대원들을 태운 탱크 퓨리가 저 역시도 전쟁에 지쳤다는 듯 천천히 진군하는 장면이다. 브래드 피트, 샤이아 러버프, 로건 레먼도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은 연기로 영화에 묵직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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