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오펜하이머가 크리스틴 신과 공동연출한 2012년작 <액트 오브 킬링>은 1960년대 인도네시아 군부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1965년, 정권을 잡은 군부는 나라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공산주의자’들을 일방적으로 살해했고 그 피해자는 250만명이 넘었다. 그런데 이 끔찍한 민간인 학살 사건의 또 다른 문제는 지금까지 역사 청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부는 여전히 정권을 이어오고 있으며, 수천명을 자기 손으로 죽였던 가해자들은 정치, 언론, 군대의 요직을 차지한 채 지금도 잘 살고 있다. 감독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질문하며 영화를 시작한다.
<액트 오브 킬링>은 관객에게 큰 충격을 안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 번째는 물론 과거의 사건이 그 자체로 너무 끔찍하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가해자들의 납득할 수 없는 태도 때문이다. 감독은 당시 사형 집행인들을 찾아가 어떤 영화를 찍자고 제안한다. 과거에 사람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카메라 앞에서 다시 한번 연기해달라 부탁한 것이다. 그때 이들은 기꺼이 그 제안을 수락하고 웃음까지 보이며 고문과 살인행위를 열심히 재연한다. 그리고 그 ‘해맑은’ 모습은 관객에게 충격을 넘어 어떤 고통까지 안겨준다.
영화의 방점 역시 두 번째 부분에 찍혀 있다. 즉 가해자들이 과거의 학살을 반성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적인 장소에서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며 지금의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액트 오브 킬링>은 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다. 이 영화를 보고서 출연자들의 행동과 인도네시아의 현실에 분노를 느끼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 속 풍경에 화가 날수록 영화에 점점 더 동의하기 힘들어지는 건 감독이 교묘하게 가해자들의 잘못된 행위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감독은 가해자들의 증언을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자극한 다음, 자신은 그와 무관한 척 뒤로 슬쩍 물러나 그에 대한 반응을 카메라로 기록한다. 나아가 자신의 의도를 숨긴 채 가해자들에게 ‘함정 질문’을 던질 때는 이 다큐멘터리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비록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해자를 피해자의 자리에 앉히며 의미심장한 심경의 변화를 이끌어내긴 하지만 그 순간에 닿기 위해 영화가 시도한 연출 방법들은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