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진정한 행복을 위한 여행 <꾸뻬씨의 행복여행>
2014-11-26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런던에 살고 있는 헥터(사이먼페그)는 정신과 의사다. 깎아놓은 듯 멋진 여자친구 클라라(로저먼트파이크)와 큰 사건 없는 평온한 일상, 여기에 천성에 꼭 맞는 직업까지, 헥터의 삶은 얼핏 흘겨 보면 완벽하다. 그러던 어느날, 환자들의 우울한 사연들을 들어주던 헥터는 자신의 삶도 그닥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더 늦기 전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야겠다고 결심한 헥터는 클라라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작정 여행을 계획한다. 그리고 발길이 닿는 대로, 옛사랑이 부르는 대로, 중국에서 티베트, 아프리카, 미국 LA를 횡단하며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들은 헥터의 ‘행복수첩’에 하나씩 기록된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잘 알려진 것처럼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를로르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헥터가 상하이를 여행할때 들렀던 클럽에서 짧게 인사를 나눈 부유한 사업가 중 한명이 실제 프랑수아 를로르이다). 소설을, 그것도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할 때 영화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지기 십상이다. 이야기를 이미 다 아는 독자-관객을 만족시킬 만한 내러티브 구조를 짜는 것이나, 독자들이 상상 속에 그린 제각각의 이미지들보다 매혹적인 영화-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모두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이 영화가 채택한 전략은 디테일과 속도감이다. 헥터의 일상을 이루는 소소한 삶의 조각들에서부터 여행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쉴새없이 쏟아진다. 실제로 영국, 중국,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티베트, 미국 등 4개 대륙을 가로지르는 헥터의 ‘버라이어티’한 여정은 이미지만 감상하기에도 벅찰 지경이다. 여기에 이런 수많은 디테일들을 무리없이 엮어내는 노련한 편집의 리듬과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자막, 애니메이션의 효과적인 사용도 독자-관객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데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배우들을 만나는 것도 작은 재미다. 똑똑하지만 어딘가 모자라 보이고, 친절하고 따뜻하지만 가까이 다가가기 쉽지 않아 보이는 헥터를 연기하기에 코미디 배우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사이먼 페그만큼 마침맞은 이도 없을 듯하다. 여기에 <나를 찾아줘>의 ‘어메이징 에이미’, 로저먼드 파이크가 보여주는 완벽한 ‘내조형 여자친구’ 클라라는 묘한 기시감까지 불러일으킨다. 물론 우리의 ‘레옹’, 장 르노를 찾는 건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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