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로맨스는 죽음보다 강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11-26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강원도 횡성군에 다정한 노부부가 산다. 100살을 바라보는 조병만 할아버지는 국내 최고령의 로맨티스트일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약간의 장난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과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예쁘다는 칭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할아버지 덕에 강계열 할머니는 아흔이 다 되도록 소녀 같다. 한밤중에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서워 잠든 남편을 깨워 함께 간다.

부부의 이야기는 이미 TV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백발의 연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인간극장>이 죽음의 그늘을 예견하면서도 ‘그 후로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에서 끝을 맺었다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기어이 그 이후를 보여주려 한다. <인간극장-백발의 연인>으로부터 3년 후, 그들의 삶은 여전하다. 다만 조금이라도 몸을 쓰면 할아버지의 숨소리가 금세 밭아진다는 점이 두드러지는 변화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로맨스는 죽음보다 강하다. 감독은 범인들의 삶에 주목하는 <인간극장>의 장점을 이어받는 동시에 그와는 다른 시도를 한다. 제작자의 내레이션을 다 걷어내고 인터뷰도 거의 배제했다. 감독은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다큐멘터리가 오로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인간극장>이 매회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만드는 데 조바심을 냈다면 이 영화는 별다른 사건을 강조하는 법 없이 시종일관 담담하다. 제목은 고대가요 <공무도하가>의 한 대목에서 따온 것인데, 하오체는 부부의 실제 대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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