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앤 더머>의 바보 콤비가 20년 만에 돌아왔다. 배우 짐 캐리와 제프 대니얼스가 다시 뭉쳤음은 물론이다. 1편에서 로이드(짐 캐리)가 우연히 가방을 얻으면서 시작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무언가를 잃으면서 시작한다. 해리(제프 대니얼스)의 신장에 문제가 생겨 이식받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른 것. 해리는 로이드와 함께 친부모를 찾아간다. 그러다 잃어버린 또 다른 것을 발견하는데 존재조차 몰랐던 딸이다. 딸을 만나려 옛애인을 찾아갔더니 이미 입양 보낸 뒤란다. 사진을 통해 본 장성한 딸의 어여쁜 모습에 대한 흑심과 혈육에게 신장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둘은 길을 나선다.
영화는 20년이라는 영화 제작의 공백을 영화 속의 공백으로 새겨넣는다. 로이드는 20년 간 수족을 못 쓰는 상태로 정신병원에 누워 있었고, 해리는 로이드의 병시중을 들며 살아왔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곧 로이드가 해리를 속이기 위해 장난을 친 것이 드러나면서 20년이라는 세월을 뻥 하고 날려버린다. 해리는 그런 로이드에게 욕을 퍼붓는 대신 ‘멋져’(awesome)라며 감탄한다. 그렇게 외치고 싶은 건 관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그들의 얼굴에는 시간의 흔적이 새겨졌지만, 그들의 바보스러움은 방부제를 들이켠 듯 그대로다. 누군가를 속일 목적으로 20년의 세월을 쓰는 무모함은 이들의 유머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무용한 것에 엄청난 노력을 들이는 것, 이것이 예술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