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을 까발리는 뿔 <혼스>
2014-11-26
글 : 송경원

이그(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연인 메린(주노 템플)이 시신으로 발견되자 용의자로 몰린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지만 주변의 의심과 경멸, 죄책감에 괴로운 나날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이그의 머리에 뿔이 돋아난다. 뿔은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마력을 지녔다. 이그는 저주받은 능력을 통해 진범을 찾기로 한다. 뿔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능력을 사용해 범인에게 가까워질수록 이그도 점점 악마로 변해간다.

초현실적인 설정은 현실에 가려 놓치기 쉬운 진실을 포착하는 유용한 방식이다. <혼스>는 스티븐 킹의 아들이자 촉망받는 장르문학가 조 힐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시키는 원작은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을 까발리는 뿔의 존재를 통해 현실 드라마가 잡아내기 힘든 심리의 근본적인 부분까지 훑는다. 반면 영화는 장르 소설의 말초적인 쾌감에 집중한다.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 판타지 액션까지 각종 장르영화를 뒤섞고 급기야 호러로 이어지는데 몇몇 장면은 인상적이다. 다만 롤러코스터 같은 구성에 비해 각 장르적 쾌감을 화면으로 다 옮겨내진 못한다. 특히 범인을 쫓는 과정이 밋밋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흥미로운 출발과 달리 사랑과 구원으로 이어지는 안이한 결말도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킬 유어 달링> <왓 이프>에 이어 꾸준히 연기변신을 시도 중인 대니얼 래드클리프의 고군분투는 어쩌면 이 영화의 핵심이자 그 자체로 흥미로운 볼거리다. 하지만 성실한 연기 이상의 흡입력을 발휘하기엔 아직 다소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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