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영화제] 라오스 공포영화 한편 보실래요?
2014-11-26
글 : 정지혜 (객원기자)
2014 아세안영화제 11월27일부터 12월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일로 일로>

가까운 듯 멀고, 익숙하지만 낯선 땅 동남아시아. 그곳의 역사와 정체성을 영화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간 경제 및 사회, 문화 분야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설립된 한-아세안센터와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2014 아세안영화제다. 흔히 동남아시아라 부르는 아세안 10개국(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타이, 캄보디아, 필리핀)의 영화 10편을 11월27일부터 12월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영화관에서 무료로 상영한다.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아세안영화들을 통해 아세안영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2013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대상작이자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리티판 감독의 <잃어버린 사진>이다. 대량 학살이 자행되고 집단강제 노동이 행해졌던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 치하의 고통스러운 민중의 삶을 현재로 소환해낸 작업이다. 안토니 첸 감독의<일로 일로>도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주목받았다. 싱가포르의 평범한 가정인 림의 집에 필리핀에서 일자리를 찾아 싱가포르로 온 가사도우미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에 몰아닥친 경제 위기가 어떤 식으로림의 가정에 경제적, 심리적 압박을 불러일으키고 외국인여성 노동자를 냉담한 현실로 밀어붙이는지를 가족드라마의 전개 속에서 담담히 그렸다.

개막작<마이다스 하우스> 역시 인도네시아 현대사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역사 전공자인 주인공 마이다는 교육의 혜택을 받지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폐가를 개조해 학교를 만들 생각이다. 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낡은 건물을 허문 뒤 쇼핑몰을 지어 떼돈을벌려는 건물주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는다. 마이다가 자본가로부터 학교와 자신의 소신을 지켜낼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건 개발논리 앞에 놓인 인도네시아가 풀어야 할 과제처럼 보인다.

각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을 반영한 작품들과는 또 다른 독특한장르물들도 소개된다. 라오스 최초의 공포영화 <찬탈리>는 라오스인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은 불교 신당을 배경으로 산 자와죽은 자 사이의 교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주인공 소녀는 죽은 엄마가 저승에서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믿고 엄마의 마지막 말을 듣기 위해 위험천만한 일까지 감수하려 든다. 한편 말레이시아영화<KL 좀비>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좀비들로부터 말레이시아를 구하겠다고 마음먹는 주인공을 내세워 좀비물과 종말론을 기묘하게 조합해냈다. 재미난 이력을 가진 감독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베트남영화 <일대고수>의 더스틴응유엔 감독은 이번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외적의 침입에 맞서는 무술 고수이자 황야를 달리는 라이더다오라는 남자로 등장해 카리스마넘치는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이미 미국 TV시리즈 <심해잠수정>,로완우즈 감독의 <리틀피쉬>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활동해왔고무에타이, 태권도, 에스크리마 등에도 능하다. 미얀마영화 <캬얀뷰티>의 아웅 코 랏 감독은 1970년대 미얀마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록밴드 ‘더 브러더스’의 멤버로 알려져 있다. <캬얀뷰티>는 그의 장편 데뷔작으로 목과 팔다리에 링을 끼운 채 살아가는 미얀마 소수민족 카얀족의 소녀들이 수공예품을 팔러 도심으로 나가 겪는 우여곡절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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