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액션? 체구가 다는 아니다
2014-12-12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빅매치> 스턴트맨•무술팀 이명규

필모그래피
영화 2014 <빅매치> <역린> 2013 <더 테러 라이브> <관상> <은밀하게 위대하게> <노브레싱>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드라마 2014 <정도전> 2013 <구암 허준> <기황후> 2012 <대왕의 꿈>

“운전 장면이 그렇게 많았다는 건 기술 시사 때 처음 알았다. (웃음)” <빅매치>에서 하드 드라이버 수경(보아) 대역을 맡은 이명규는 “웬만한 장면은 배우가 다 소화했다”라며 자신의 공보다 보아의 운전 실력을 더 치켜세웠다. 보아의 대역으로 그가 참여한 건 단 두 장면. 대로변에 세워진 안전 콘을 자동차 옆면으로 긁으면서 지나가는, 디테일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장면이었다. 가장 공들인 다른 장면은 ‘통편집’됐다. “전륜 차로 후륜 차처럼 드리프트(차체를 틀면서 슬라이드하는기술)해 한번에 지하주차장으로 후진하는 장면이었다. 연습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바람에 1년 된 중고차를 폐차했다. 아, 촬영할 때 정말 기가 막히게 맞아 들어갔는데.” 폐차된 차보다 편집된 장면이 더 아까운 눈치다.

전직 복서로 등장하는 보아의 복싱 코치까지 전담한 그는 촬영장보다 체육관에서 그녀를 훨씬 더 많이 만났다. 중학생 때 본 <아틀란티스 소녀>의 보아를 기억하는 그에게는 ‘아, 그녀도 사람이구나!’를 인정하게 된 시간이었다. 보아가 열심히 훈련하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그이기에 그는 고생했던 것에 비해 복싱 컷이 별로 나오지 않은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자신의 장면이 잘려나간 것보다 더. “(보아씨가) 발목 인대가 늘어나면서도 참고 했는데….”

<빅매치>에서 이정재 대역을 맡은 이재남은 그와 액션스쿨 동기로 둘도 없이 친한 형이다. 지금 소속된 스턴트팀으로 이끌어준 ‘천사’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배우와 더불어 고생한 그가 안쓰러웠지만 부러움이 더 컸다. “내 키가 남자치고는 작은 편이다. 요즘 배우들이 훤칠하다보니 큰 키가 유리하긴 하다.” 그런 그에게 힘을 주는 건 그를 스턴트의 세계로 이끌어준 <정무문>의 이연걸이다. “<정무문>에서 이연걸이 일본 대장에 맞선 결투 장면은 아마 남자라면 다 기억할 거다. 무술로 유명한 성룡, 이소룡만 봐도 다 키가 작지 않나.” 그의 소망은 첫째로는 액션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것, 둘째로는 원빈의 <아저씨> 말고 진짜 아저씨표 액션영화가 만들어지는 거다.

올해로 데뷔 4년차인 그는 쌓인 것보다 앞으로 쌓을 것이 더 많은 창창한 기대주다. 언젠가 일기에 적은 ‘뼈가 부서져도, 목숨이 끊어져도 끝까지 한다’는 초심은 하도 새기고 새겨 이젠 너무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가 꼭 한번 참여해보고 싶은 장면은 <13구역>의 다미엔(시릴 라파엘리)의 카지노 탈출 시퀀스처럼 “센 장면 속에 미세한 기술이 녹아든” 액션이다. “체구가 작으니 남보다 가볍게 붕붕 나는 체조 동작은 자신 있다”는 그는 현재 한•중 합작 드라마 <레전드 히어로>에서 와이어 팀장으로 참여하게 돼, 제대로 몸 풀 기회를 잡았다. 인터뷰를 마친 뒤 곧장 체육관으로 간다는 그의 얼굴에 힘든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촬영장과 체육관은 내게 놀이터다. 신난다.”

핑 글러브

여자친구 사진을 꺼내듯 수줍게 내민 건 채 뜯지도 않은 핑 글러브다. 쓰던 것은 낡고 짝이 없는 것들뿐이라 특별 구매한 거란다. 훈련할 때 늘 끼고 연습하는 그에게는 제2의 피부나 다름없다. 체육관 가는 그의 발걸음이 더없이 가벼운 걸 보니 보송보송한 핑 글러브의 새살도 곧 남아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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