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은 최근 소니픽처스(이하 소니)를 상대로 벌어진 해킹 공격에 대해 “북한이 중요하게 연루돼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1월 말 소니는 ‘평화의 수호자’(GOP, Guardians of the Peace)라는 해커 집단으로부터 <퓨리> <스틸 앨리스>를 포함한 다섯편의 자사 영화와, 임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 및 배우 계약 관련 문서,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당했다. 유출이 확인된 직후부터 북한 개입설이 제기돼온 상황에서 이번 결과까지 발표되자 의혹은 확신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북한 개입의 결정적 이유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암살 시도를 다룬 소니 제작 영화 <인터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에 북한이 가만있을 리가 없고 때마침 해킹에 사용된 악성 소프트웨어에 한글코드가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후폭풍은 예상보다 거셌다. 당장 소니는 크리스마스 개봉을 확정지었던 <인터뷰>의 개봉을 잠정적으로 취소했다. 소니의 한 관계자는 리걸 엔터테인먼트, AMC 엔터테인먼크, 시네플렉스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주요 극장 체인들이 잇따라 “관객과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인터뷰>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소니의 개봉 취소 결정을 두고 “테러 집단에 굴복한 행위”라고 비난했지만 소니는 “향후에도 개봉 및 VOD 서비스 계획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테러로 인한 개봉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소니가 입는 경제적 손실액은 5천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소니의 충격은 계속될 것 같다. 개인정보 유출에 화가 난 소니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하겠다고 들고 일어섰다. 대테러에 소니가 속수무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