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더이상의 속편은 없다
2015-01-08
글 : 장영엽 (편집장)
<테이큰3>, 감독과 배우 인터뷰

“널 찾을 것이다. 널 찾은 후엔, 죽여버릴 것이다.”(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테이큰> 시리즈를 관통하는 그 유명한 대사처럼, 누군가를 찾고, 죽이는 전직 첩보요원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의 여정은 3편에서도 계속된다. 다만 그가 감당하게 되는 고난의 수위란 전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사랑하는 전 부인(팜케 얀센)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설상가상으로 브라이언은 그녀를 살해한 용의자로 LA 경찰의 추적을 받는다. 추적자가 추적을 당하는 자가 되고, 유령처럼 살아왔던 브라이언의 정체가 만천하에 밝혀지게 되는 <테이큰3>는 시리즈의 끝을 예감하게 하는 드라마틱한 시련과 마무리해야 할 과제들로 가득하다. 2014년 12월11일, 런던에 위치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테이큰3>의 정킷 행사에서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과 주연배우 리암 니슨을 만났다. 2편의 개봉을 마친 뒤 “더이상의 <테이큰> 시리즈는 없다”고 잘라 말했던 그들이 다시금 현장에서 조우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액션보다 어려운 건 감정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 인터뷰

-<테이큰2>를 마치고 나서 리암 니슨이 더이상의 <테이큰> 시리즈는 없을 거라고 했다. 3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그를 설득했나.

=아니, 나는 그를 설득하지 않았다. 우리는 정확히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에 우리가 런던에 머물렀을 때, 누군가가 3편은 언제 만들 거냐고 물어봤고 리암과 나는 둘 다 더이상의 <테이큰> 시리즈는 없을 거라고 말했다. 오히려 시리즈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나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과정이 필요했지. (웃음)

-그렇게 3편을 다시 만들기로 결심했을 때, 어떤 고민을 했나.

=가장 처음 했던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더이상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전편과는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테이큰> 시리즈가 다른 액션영화 프랜차이즈- 제임스 본드나 제이슨 본이 등장하는 영화들- 와 다른 점은 중심에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족도 없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이 오직 임무만을 위해 움직이는 다른 첩보요원들과 브라이언 밀스의 차이다. 그런 그에게 가장 큰 위기는 가족을 잃는다는 점일 것이다. 브라이언의 아내가 죽는다는 설정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이 프랜차이즈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테이큰>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스펙터클한 액션 신이 장전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3편에서는 드라마가 더 강화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액션 연출과 이야기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려 했나.

=겉보기에는 화려한 액션 장면을 연출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액션 장면은 쉽다. 나는 CG로 점철된 액션 장면을 좋아하지 않아서 최대한 리얼하게 촬영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프리 프로덕션에서 충분한 준비만 거친다면 액션 장면은 원하는 대로 연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감정 신은 그런 식으로의 연출이 불가능하다. 그건 명백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학작용이기 때문에 배우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 나는 리암을 비롯해 포레스트 휘태커, 매기 그레이스 등 우리 영화의 주연배우들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이 영화가 액션과 드라마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1편의 파리, 2편의 이스탄불에 이어 3편은 LA를 배경으로 한다.

=LA라는 장소를 선택했기에 3편이 더 밝고 가벼운 느낌의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2편의 배경이었던 이스탄불은 로케이션이 전반적으로 차가운 톤의 공간이었다. 반면 LA는 매우 아름답고 빛이 좋고 1년 내내 태양이 내리쬐는 곳이다. 밤보다는 낮 장면이, 실내보다는 야외 촬영이 더 효과적인 장소가 아니었나 싶다. 알다시피 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출신이고, 공간을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 LA라는 도시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포레스트 휘태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그를 캐스팅했나.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에서부터 나는 프랭크 역에 오직 두 배우의 이름만을 생각했다. 포레스트 휘태커와 돈 치들. 3편에서야 비로소 브라이언 밀스에 대적할 만한 현명하고 강력한 적수가 생겼고 그게 바로 프랭크다. 리암 니슨에 대적할 만한 배우가 필요하다면 포레스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가 흔쾌히 이번 영화에 참여해주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질문은 역시 물어볼 수밖에 없다. 정말로 더이상의 속편은 없는 걸까. 이를테면, 다른 가족들이 납치된다든가. (웃음)

=(웃음) 더이상의 속편이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무슨 이야기가 더 나올 수 있을까?

제임스 본드보다 브라이언 밀스

리암 니슨 인터뷰

-왠지 영화가 재밌다고 말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테이큰> 시리즈의 명대사를 듣게 될 것 같다. “널 찾을 것이다. 널 찾은 후엔, 죽여버릴 것이다.”(좌중 폭소) 평소 이 대사를 주변에서도 많이 듣지 않나.

=몇번 들었다. 내가 연락하거나 문자를 보낼 때 사람들이 가끔 무서워하더라. (웃음)

-3편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테이큰> 3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아닌 누군가가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면 그건 이 시리즈를 지켜봐온 관객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침 제작자 뤽 베송과 시나리오작가 로버트 마크 케이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3편의 견고한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고, 브라이언을 압박하는 선의의 라이벌인 프랭크라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포레스트 휘태커가 정말 환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전편에서 브라이언 밀스가 ‘추적자’ 역할을 했다면,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쫓기는 역할이다.

=<테이큰> 시리즈의 근본적인 이야기 구조에 대한 멋진 트위스트라고 할까.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으면 가족을 죽인 자들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브라이언은 그가 가진 기술을 총동원해야 하는데, 나와 무려 16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한 스턴트맨이자 나의 보디 더블(위험한 액션 장면에서의 대역을 맡은) 마크 밴슬로의 공이 컸다.

-물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긴 하지만, 3편의 브라이언 밀스는 <테이큰>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감상적인 인물처럼 느껴진다.

=브라이언이 느끼는 감정을 관객으로 하여금 믿게 만드는 건 나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테이큰> 시리즈의 모든 액션에 중요한 기폭제가 되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키려 하는 브라이언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지, 딸을 얼마나 아끼는지에 대한 공감이 수반된다면 어떤 액션이든 가능해진다.

-당신은 예전에 007 영화에 제임스 본드로 캐스팅되는 것을 고사한 적이 있다. 왜 제임스 본드는 안 되고, 브라이언 밀스는 됐던 건가. (웃음) 당신이 느끼는 <테이큰>이라는 프랜차이즈의 매력은.

=당시에 내가 제임스 본드를 맡을 수 있을지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었는데, 본드 역할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해낸 숀 코너리나 피어스 브로스넌만큼 내가 그 역할에 잘 어울릴 것인지 확신할 수 없더라. 사실 <테이큰>이 프랜차이즈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나에게 <테이큰>은 유럽의 정서가 느껴지는 스릴러영화였다. 뛰어난 첩보요원이 납치된 딸을 찾으러 나선다는 매우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에 여기서 새로운 이야기의 갈래가 생겨나리라곤 짐작하지 못했다. <테이큰> 시리즈로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사랑을 받았다.

-마틴 스코시즈의 신작 <사일런스>에서는 또 다른 ‘아버지’ 역할을 연기하게 될 예정이라고 들었다.

=글쎄. 많은 것을 얘기할 순 없겠지만 마틴과 다시 작업할 기회가 생겨 좋다. 최근 작품의 배경인 일본의 역사에 대한 자료들을 읽어보고 있는데 흥미로운 점이 많다. 더불어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의 주인공인 커널 대령도 좋은 참고가 되고 있다. 1월에 대만에서 촬영을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3월쯤 합류할 계획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테이큰3>의 마지막 촬영날이 기억나는가.

=음…. 기억난다. 마지막날은 항상 감상적이 되기 마련이다. 감독, 스탭들과 얼싸안고, 술도 몇잔 마시고. 촬영의 마지막날은 언제나 좀 슬픈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다음 스테이지로 걸음을 내딛는 것,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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