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
2015-02-12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두 번째 호흡 맞춘 <꿈보다 해몽> 이광국 감독, 신동미 배우

이야기하기에 관한 영화 <로맨스 조>(2012)로 신선한 데뷔를 알렸던 이광국 감독이 두 번째 장편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한 무명 여배우의 꿈 이야기다. <꿈보다 해몽>(2015)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영화는 주인공이 꾼 꿈과 그 꿈에 관한 일종의 해석들로 짜여 있다. 기본 틀은 간단하다. 주인공 연신(신동미)은 우연히 스스로 해몽에 소질이 있다고 말하는 형사(유준상)를 만나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한다. 그사이 영화는 연신의 꿈이 현실이 되고 다시 그 현실이 꿈인가 싶은 기묘한 뫼비우스의 띠를 그리며 나아간다. 이 몽환적 여정 끝에 연신은 현실의 자신과 다시 마주앉는다. 로테르담국제영화제(<꿈보다 해몽>은 ‘빅 스크린 어워즈’ 부문에 진출했다)에서 막 돌아온 이광국 감독과 주연배우 신동미를 함께 만났다. <꿈보다 해몽>이 풀어내는 꿈 이야기를 미리 들어봤는데, 제법 재미나고 그럴듯하다.

-영화를 하면서 평생 가져가야 할 테마 중 하나로 꿈을 꼽을 정도로 꿈에 관심이 많다고 말해왔다.

=이광국_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내 식으로 읽어보자면, 꿈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소원이 반영된 결과다. 해몽이라는 것도 결국 해석하는 사람의 욕망대로 풀이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런 꿈과 해몽이 이야기의 형태를 띠게 된다는 점에서 내게 흥미로운 소재다.

-‘할 이야기가 없어서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를 떠올리며 <로맨스 조>를 만든 걸로 안다. <꿈보다 해몽>도 출발점이 돼준 이미지가 있나.

=이광국_문득 넓은 들판에 낡은 차 한대가 서 있는 그림이 떠올랐다. ‘차 안에 누가 타고 있을까, 그 차는 왜 거기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왠지 그 안에 세상과 작별하려는 사람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고 몇달 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내가 아버지 간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러다보니 내게 벌어진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더라. 너무 지쳐 있었다. 그때 다시 그 이미지가 떠올랐고 꿈과 연결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또 하나가 있다. 내 주변에는 좋은 연극배우들인데 단지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힘들게 버텨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조금이나마 응원하고 싶었다.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격려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난한 연극배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주인공의 꿈과 현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지를 지켜보고 싶었다.

-<로맨스 조>에 이어 <꿈보다 해몽>에서도 신동미와 호흡을 맞췄다.

=이광국_개인사의 변화로 어쩌면 이번 영화가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겠더라. 그러다보니 더더욱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작은 규모의 단순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동미씨와는 전작에서 워낙 잘 맞았다. 이번에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동미씨를 생각했다.

신동미_감독님이 대본을 주시며 ‘연신은 딱 신동미’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대본을 읽어봐도 도대체 내가 어디에 있다는 건지… 아직도 못찾았다. (웃음) 사실 부담이 컸다. <로맨스 조>로 좋은 평을 얻었는데 그만큼 호응을 얻지 못할까봐. 그런데 또 감독님 영화는 이야기와 구조가 중심에 있는 편이라 배우의 연기는 덜 보일 거라는 데서 위안을 얻었다. (웃음) <로맨스 조>의 다방 레지 역은 연기하기 정말 어려웠다. 도무지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지 않은 듯한 인물이라서 연기를 하면서도 ‘이게 맞나’ 계속 자문했다. 이번엔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이라 그런가 영화의 구조를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진행한 것 같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동선을 만들고 카메라의 워킹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 걸로 안다.

=이광국_내 영화에는 긴 대사의 롱테이크가 많다. 배우들도 처음에는 불필요한 동작을 하게 마련인데 반복해서 여러 테이크를 가면 그런 부분들을 하나씩 제거할 수 있다. 그러면서 배우의 리듬과 호흡을 카메라가 그대로 좇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내 영화는 배우들의 기운으로 리듬을 만들어가는 쪽이라 카메라가 너무 현란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 그저 카메라는 있는 듯 없는 듯 있으면서 배우의 움직임을 담아낼 뿐이다.

신동미_이런 작업 방식이 배우에게는 좋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지점이다. 연극이 아니고서야 배우가 롱테이크를 찍어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나. 그만큼 연기하며 많이 배운다. 반면 카메라의 움직임과 배우의 연기 호흡이 딱 맞아떨어져야 하다보니 좀처럼 ‘오케이’가 안 난다. 자연스레 테이크를 여러 번 가게 되는데 열다섯번은 기본이고 많게는 스무번까지도 갔다. 에너지가 상당히 많이든다. 심지어 <꿈보다 해몽>은 13회차 안에 이 모든 걸 다 했다.

-정말 빡빡한 스케줄이었겠다. 그 와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유독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신동미_이 영화는 자면서 꾸는 꿈뿐만 아니라 인생의 목표를 의미하는 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든 나이를 먹으면서 예전의 내가 꿈꾼 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해보게 되잖나. 연신도 그런 고민을 하는 거고. 무엇보다 나도 연신처럼 오랫동안 무명인 시절이 있었다 보니 연신을 잘 이해하겠더라. 그래서 연기를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해서 놓친 부분이 꽤 있었다. 그게 못내 아쉽다.

-회중시계, 체스, 레고 장난감처럼 특이한 소품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환상적이고 연극적인 극의 분위기를 잡아가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

=이광국_내 영화가 일반적인 서사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보니 이런 소품들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힌트가 되길 바랐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디테일들을 가져왔다. 앨리스가 거울 속 세상에 들어가서 일련의 모험을 겪고 거울 밖으로 나오면 이야기가 끝나는 것처럼 연신도 극장을 나와서 이상한 모험을 하고 다시 극장으로 돌아간다. 레고는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인데 보면 볼수록 훌륭한 것 같다. 개별 블록은 단순한데 그것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만들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니까. 내 이야기도 겉에서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보면 이것저것 생각해볼 게 많았으면 한다.

신동미_이런 소품들도 있는 데다 <꿈보다 해몽>은 전작보다 확실히 쉽다. 그러니 좀더 많은 분들이 보시고 즐기길, 위로를 얻길 바란다.

-차기작의 모티브가 되는 이미지가 있다면 귀띔해달라.

=이광국_계속 길을 걷는 어떤 여자로부터 출발하는 이야기다. 재밌게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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