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설행_눈길을 걷다> 촬영현장
2015-02-27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김희정 감독은 이 영화가 “정우(김태훈)의 바스트숏 영화가 될것”이라고 했다. 배우 김태훈의 새로운 얼굴을 보게 될 거라는 말과 함께.

성당에서 포수로 일하는 베드로 역의 최무성. <열세살, 수아>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에 이어 김희정 감독과 3편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태훈과 얘기를 나누는 김희정(오른쪽) 감독. 촬영 전 첫 미팅 때 김태훈은 김희정 감독에게 두 시간 동안 영화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호방한 성격의 김희정 감독은 대답하다 문득 이렇게 말했다고. “그래서 이 영화 할 거예요? 말 거예요?”

뒤편에 보이는 건물이 노안성당이다. 문화재로 등록된 노안성당은 1927년에 세워진 나주 지역 최초의 천주교회. 김태은 PD 얘기로는 2박3일 동안 신부님을 설득해 촬영 허가를 받은 거라고.

“컷! 개도 짖고, 비행기도 날고….” 2월6일, 서울에서 차로 4시간 반을 달려 전라남도 나주의 노안성당에 도착했다. 촬영장 인근에 공항과 전투비행장이 있어, 도무지 현장 인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비행기 소리가 스탭들의 귀를 자꾸만 예민하게 만들었다. 김희정 감독은 결국 점심을 먹고 촬영을 이어가기로 했다. ‘전주 프로젝트: 삼인삼색 2015’ 중 한편인 <설행_눈길을 걷다>는 알코올중독으로 섬망증세에 시달리는 한남자 정우(김태훈)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열세살, 수아>(2007)에서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2011)에서 30대 여성의 심리를 “진지하게” 풀어낸 김희정 감독이 <설행_눈길을 걷다>에서 “진지하게”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알코올중독에 관한 것이다. “알코올중독이라는 소재를 장르 속 장치로 소비하진 않을 거다. 중독이 한 사람과 그 가족의 인생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그 중독이 어디서 오는지 진지하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점심 식사를 마친 스탭들은 촬영을 재개했다. 수녀원에서 요양 중인 정우가 마리아 수녀(박소담)가 남긴 수첩을 또 다른 수녀로부터 건네받는 장면. 색 바랜 셔츠를 입은 김태훈이 차분한 눈빛으로 수첩을 바라본다. 수첩엔 압화(押花)와 추상화가 그려져 있다. 돌계단에 미동 없이 앉아 있는 김태훈의 몸은 겨울나무처럼 앙상하다. 김태훈은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정우의 마음이 영화에 툭툭 묻어나길 바란다”고 했는데, 그 마음이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눈빛에 그득 담겨 있었다. 1월21일 크랭크인해 막바지 촬영 중인 <설행_눈길을 걷다>는 이현정 감독의 <삼례>, 벤하민 나이스타트 감독의 <엘 모비미엔토>와 함께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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