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딸이 직접 카메라에 담은 부모님의 삶
2015-04-23
글 : 윤혜지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길보라 감독

이길보라 감독의 부모님은 청각장애인이다. 이길보라 감독 남매는 청각장애인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남매는 부모와 세상 사이의 다리가 되어야 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첫 신은 감독의 아버지가 영어로 쓰인 ‘메리 크리스마스’ 패널을 거꾸로 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부모님은 그것이 뒤집힌 글자라는 것을 모른 채로 “잘 달았다”고 흡족해한다. “이들의 세계에는 이들만의 삶의 문법이 따로 있다”는 생각에서 감독은 그것을 그대로 두었다 한다. 그 순간부터 감독은 그 세계 안으로 친절히 관객을 안내한다.

-가족을 촬영한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대 의견은 없었나.

=신기하게도 거부하지 않더라. 사회적으로 소수자이다보니 할 말이 너무 많은 거다. 동생도 부모님에 대해 설명하고 싶은데 어떻게, 무엇을 설명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부모님의 세계를 좀더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수화를 쓰는 이들을 촬영하려니 장면 구성에 관한 고민도 필요했겠다.

=항상 얼굴과 바스트를 같이 보여줘야 하니까 그런 점이 다르긴 했다. 그런데 더 어려웠던 건 인터뷰를 풀 때였다. 나는 카메라 뒤에서 수화로 질문하고 있으니 나중엔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거다. (웃음)

-홈비디오를 삽입한 덕에 가족의 역사가 잘 드러난다.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지인이 찍어주셨다. 그런데 촬영 마칠 때까지도 우리 가족은 그 비디오의 존재를 몰랐다. 편집 직전에 엄마가 우연히 다시 만난 지인에게 비디오를 얻어다 주셨다. 하늘의 계시인가 싶더라. (웃음)

-부모님이 노래방에서 <애모>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심지어 완창하신다.

=청각장애인이 노래방에 가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는 것을 다들 불편하고 낯설게 느낀다. 청각장애인은 진동을 통해 노래를 듣기 때문에 노래방 가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귀로는 듣지 못하지만 노래방의 분위기나 조명, 진동을 느끼고 사람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같은 걸 보고 있지만 그들의 눈엔 조금 다르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열여덟살에 학교를 중퇴하고 훌쩍 여행을 떠났다.

=3개월쯤 인도에 머물며 세상은 정말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 어린 나이였던 터라 모든 것으로부터 배움을 얻었다. 그곳에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자연히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오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때의 경험담으로 <길은 학교다>라는 책을 내고 <로드스쿨러>(2008)라는 중편다큐멘터리도 찍었다.

=여행은 기대치보다 200% 이상 더 좋았다. 그 벅차고 행복하고 고마운 순간들을 나만 누리려니 너무 아까운 거다. 여행을 최대한 안전하게 잘 다니려 한 것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의 묘를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배움의 길은 정말 다양하다. 공교육도 좋고, 대안교육도 좋고, 학교를 아예 안 다니는 것도 괜찮다. 다만 자기에게 맞는 교육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다큐멘터리를 공부 중이다.

=글쓰는 것과 다르게 다큐멘터리 작업에는 스승과 친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거기에 가면 훌륭한 스승과 좋은 동료를 만날 수 있다는 얘길 들었다.

-요즘은 베트남전쟁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차기작은 그것에 관한 것인가.

=항상 사적인 관심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할아버지가 참전군인이셨다. 할머니가 장애인을 둘이나 낳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이혼을 하고 싶으셨단다. 이혼 위자료를 벌기 위해 베트남전에 참전했는데 결국 고엽제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 베트남전쟁 이슈를 놓고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나는 전쟁 언저리에 놓인 사람들, 공적 역사가 되지 못하고 사적 기억에만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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