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경익] 결국 영화로, 영화의 힘으로 가는 거다
2015-04-29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NEW 영화사업부 장경익 대표

2015년 NEW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변호인>(2013)의 성공 이후 주춤했던 NEW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NEW는 지난해 1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고, 중국화책미디어그룹으로부터 53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저조했던 프로젝트 스코어와 별개로, 내부적으로 기반 다지기에 주력해왔다는 걸 증명하는 예다. 그 중심에 영화사업부 장경익 대표가 있다. 첫 일터인 이동통신사를 거쳐 2002년 메가박스 프로그램팀에서 일하며 영화계에 발을 디딘 그는, 김우택 총괄대표의 제안으로 NEW에 합류했고 NEW의 행동하는 브레인으로 활약해왔다. 지난해 말, 사옥을 이전하면서 전열을 재정비한 그를 강남 언주로에 있는 새 사옥에서 만났다.

-투명 유리로 된 사무실이 NEW의 새로운 도약을 나타내주는 비주얼 같다.

=이사 오면서 걱정도 있었다. 전 사옥에서 일도 잘됐고. (웃음) 직원이 늘면서 공간이 필요했는데, 막상 규모가 커지면 우리의 특징이라 자부하는 직원간의 친밀한 소통이 안 될까봐 우려가 되더라. 방을 통유리로 하고 파티션도 낮춰서 직원끼리 적당히 개인공간을 가지면서,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런 분위기가 실적에 반영된 것 같다. 올해는 스타트가 좋다. <스물>이 개봉 3주차 만에 관객 270만명의 스코어를 올리며 화제작이 되었다.

=예상보다 못한 성과다. (웃음) 기대는 훨씬 더 컸다. 이미 영화 1/3 정도를 찍었을 때 회식하면서 “감독님, 이제 마음대로 찍으세요”라고 했다. 제작사 대표가 그 말을 듣고, 신인감독한테 너무 많은 권한을 주는 게 아니냐며 오히려 뭐라고 하더라. 우리가 감독을 터치한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이병헌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이미 전작 <힘내세요, 병헌씨>(2012)가 좋았고, <스물>의 편집본을 보니 ‘이 감독, (좋은 의미로) 사고 칠 수도 있겠다’ 싶더라. 그래서 예상보다 제작비가 2억원 정도 높아졌다.

-<스물>이 잘 된 건 기록할 만한 부분이지만, 그만큼 1/4분기 한국영화 스코어가 좋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곧 개봉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의 파장도 클 것 같고.

=시장이 죽었다. 그런 표현을 지나가는 말로라도 잘 안 쓰려고 하는데, 확실히 요즘은 그런 기분이 든다. 극장가에서 할리우드영화 중에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이 잘된다고 하는데 그래도 좌석점유율이 30% 정도 선이다. 나는 이게 일종의 ‘천만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천만후유증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쏠림 현상이 주는 후유증이다. 한국인 1인당 평균 영화 관람횟수가 4회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다양한 영화를 관람한다기보다는 회자되는 영화에만 몰린다고 볼 수도 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무서운 게, 그 영향으로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가 힘든 게 아니라, 이미 그전부터 시장 사이즈가 줄어들어버린다. 관객은 모든 영화들을 보는 게 아니라, 많은 영화 중 그 한편을 기다렸다가 선택하는 거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비수기보다 훨씬 시장의 성과가 밑돈다. 2013년과 지금이 달라진 게 이런 지점이다. 그땐 천만영화가 있어도 <더 테러 라이브>(2013), <숨바꼭질>(2013), <감시자들>(2013) 같은 500만명 정도의 흥행작들이 더 신선했다. 그런 중박 영화들이 사라진다는 게 영화 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거다.

-배급 쿼터제 등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의 규제 정책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나.

=수직계열화 관련해서 말도 많고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데, 현실적으로 먼 길이다. 모든 영화들이 평등한 기회를 가지면 좋겠고 우리도 늘 그런 해법으로 임한다. 그런데 지금은 멀티플렉스 시대가 열리고 모든 권력이 극장으로 많이 가 있고, 계열사 극장들이 아무래도 자사 영화에 더 혜택을 주는 건 있을 거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렇게 배급한 자사 영화들의 흥행결과가 수치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장을 가진 곳의 영화가 항상 성공하는 게 아니고, 천만영화가 항상 거기서 나오는 게 아니다. 결국 영화로, 영화의 힘으로 가는 거다.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부진 감소율을 따져보니 NEW의 흥행부진과 맞먹었다. 2013년에 비해 지난해에 중박 영화가 사라졌다고 했을 때, NEW의 부진도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NEW의 2014년은 ‘마이더스의 손’이 ‘마이너스의 손’으로 바뀐 한해였다.

=2012년 한국영화 흥행증가율이 NEW의 흥행실적과 같더라. 우리가 정말 한국 영화계에 플러스, 마이너스를 만들어내고 있구나 싶었다. 그땐 우리 때문에 나머지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3사가 더 열심히 한다는 생각도 했었다. 지난해는 그런 면에서 부진했다. 그래도 <인간중독>(2014)은 극장 스코어는 좀 미진했지만, 부가판권에서 수익이 나면서 손해는 안 봤다. <남자가 사랑할 때>(2013)도 수익이 났고, <해무>(2104)부터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 따져보면 흑자였다. 내부적으로도 2014년은 가르침을 주는 해라고 생각한다. 그 ‘실패’로 인해서 아쉽지만 정말 많이 배웠다. 건방져질 때쯤 다시 시장이 크게 한번 때리고 정신 차리라고 하는구나 싶더라.

-전략적 측면에 있어서 어떤 부분이 실책이었다고 판단하나.

=사실 그간 우리가 잘된 건 기대하지 못한 성공이었다. 성공전략에 관해 인터뷰를 하면 항상 “목표는 없다, 한 작품 한 작품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호인>을 봐도, 12월 중순에 개봉을 한 건 1등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였다.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배급했는데, 초반 스코어가 예상보다 너무 좋아서 우리도 놀라웠다. 그렇게 매번 한 영화에 5명가량의 직원이 올인해서 매달리다보니 2014년 작품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올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힘든 작품들이었고, 직원 수도 적었다.

-사옥도 확장하고 조직도 정비했는데, 그간 운용에 있어서 달라진 점이 있나.

=2008년에 처음 회사를 꾸리면서 영화 사업부가 20명이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원활한 소통을 위한 마지노선 같은 숫자였다. 그렇게 적은 인원이 모여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일했다. 모니터 시사 하면 직원들이 다 가서 보고 의견 내고, 영화 고사 지낼 때도 다 같이 참여했다. 그런 참여로 인해 개개인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 더 생기고,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작품 수가 많아지다보니 그런 직접적인 참여가 점점 불가능해지더라. 마케팅팀이 1팀이었는데 지금은 팀장 두명 체제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내 고민도 커졌다. 이제는 직원 모두와 직접 모든 걸 커뮤니케이션하려는 것이 내 욕심인가 싶기도 하다.

-화책미디어의 투자 건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완다그룹이나 화이브러더스와 달리 화책은 영화보다 드라마 제작이 메인인 회사라 조금 의외의 선택으로 보인다.

=투자가 결정되고 나서 나도 여러 차례 그들에게 물어봤다. 우리 회사에 왜 투자하냐고. (웃음) 1년 동안 지켜봤고 우리가 가진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높이 샀다고 하더라. 화책은 드라마 분야에서는 업계 1위지만, 영화 사업엔 막 발을 내디디려 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투자를 받는 입장이지만, 다른 곳이 아닌 화책의 투자를 받는 게 맞을까 고려도 많이 했다. 우린 영화에 대해서는 자신 있지만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기업이라면, 화책은 영화 사업의 필요성을 느끼는 때였다. 이런 둘이 만나면 시너지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협업의 형태는 어떤 방식인가.

=화책쪽의 유일한 조건은 조인트벤처 설립이었다. 6월경 베이징에 사무실을 오픈하고, NEW의 대표자가 곧 한국영화 본부장으로 파견될 거다. 해외 시장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 간다.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스타트 시점이 애초 계획보다 6개월 정도 늦어지긴 했는데, 그 몇 개월의 준비기간이 오히려 시행착오를 몇년 앞당길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영화부터 시작인 건가.

=첫 작품은 영화가 될 거다. 지금 3~4작품을 동시에 준비 중이고, 6월이 되면 프로젝트가 구체화될 것 같다. 중국에 진출하면 기존에는 보통 한국영화 리메이크를 기획하는데, 우린 좀 다르게 접근하려고 한다. 합작영화가 지금까지 대부분 실패한 이유가 한국과 중국 둘 다 맞추려다 오히려 어느 쪽에도 맞추지 못해서다. 우린 기존의 ‘합작’ 형태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합자’에 초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제작사나 감독, 배우가 중국에 진출하는 건 인력적인 부분의 교환이지만, 우리 같은 투자배급사가 진출한다는 건 결국 기획과 자본 부분이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지난해 12월엔 코스닥 상장도 했는데, 상장까지 어려운 점들이 많았을 것 같다.

=<7번방의 선물>(2013)부터 2013년 개봉작들이 지금의 우리를 성장시키고 버티게 해준 것 같다. 상장과 관련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변호인>은 흥행 규모 면에서 상장을 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영화다.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좋은 작품, 규모가 있는 작품들이 많다.

-중저예산영화에 치중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특히 <대호>나 <판도라> <부산행>같이 예산 규모가 큰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포진되어 있다는 데서 노선의 변화가 읽힌다.

=무조건 예산이 큰 영화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우린 그저 이야기에 맞는 영화를 선택할 뿐이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판도라>는 규모가 150억원이라는 이슈도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원전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다는 데 더 의미가 큰 작품이다. 제작 중인 <루시드 드림>이나 <더 폰> <뷰티 인사이드> 같은 영화들은 규모는 작지만 기획의 참신함 때문에 주목하고 있고 내세우는 작품들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의미를 가지고 잡다보니 작품 수가 많아졌다. (웃음)

-공격적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 곧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해>를 CJ E&M이 아닌 NEW에서 하는 데는 저간의 사정이 있는 건가.

=CJ에서 고사를 하면서 김한민 감독이 우리에게 제안을 해서 하게 됐다. 김한민 감독과 다른 작품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편하게 이야기가 오갔다. <올드보이>(2003) 재개봉 때도 비슷한 경우로, 우리가 하기로 했다가 결국 CJ E&M이 했는데 이번도 비슷한 경우다. 이 작품으로 수익을 내자는 것보다는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명량해전을 엄청난 승리의 해전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의 입장은 정반대더라. 그런 질문으로 시작해서 역사를 짚어나가는 다큐멘터리인 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대호>는 제작비 170억원 규모로 <암살> 등과 함께 올해 제작 규모가 큰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대호>는 한국영화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바로미터 같은 작품이다. 더불어 기술력에 그치지 않고 깊이와 울림도 같이 가져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배경이 일제강점기고, 배우 최민식이 조선의 호랑이를 말살하려는 일제에 맞선 명포수 천만덕을 연기한다. 한국인에게 주는 의미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영화를 만드는 이들 모두가 외형적으로나 의미 면에서 그런 부담을 가지고 만든다.

-<부산행>은 애니메이션을 쭉 만들어왔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프로젝트다. 역시 120억원 정도 규모로 베팅을 하는 건데, 도전적인 측면에서 볼 때 NEW의 방향성과 어울리는 작품이다.

=사회성이 강한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들을 볼 때, 작품 주제나 스타일에서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영화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야 워낙 애니메이션 연출을 목표로 하는 분인데, CG가 강한 건 애니메이션이랑 다를 바가 없다면서 내가 좀 많이 꼬드겼다. (웃음) 지금까지 못 본 새로운 장르영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NEW에 대해서 지난해는 다들 걱정을 했고, 또 하는 작품마다 잘될 때는 솔직히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웃음) 짧은 시간에 다양한 시선을 겪어왔다.

=그땐 솔직히 어떤 겸손의 말을 해도 안 먹히더라. 그런데 지금은 정말이지, 다들 우리를 동정한다. (웃음) 어쨌든 올해는 다양한 안건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할리우드의 폭스나 워너처럼 성장하고 싶고, 이제 그렇게 한발을 내디딘 것 같다. 주목받고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의미로 지금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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