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나만의 레시피가 완성되어가는 과정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
2015-05-13
글 : 이주현

“고모리는 (일본) 도호쿠 지방의 작은 마을입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는 고모리에 사는 이치코(하시모토 아이)의 사계절 자급자족 생활을 담고 있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원작 만화를 충실히 영화로 옮긴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은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4)의 속편. 계절별로 한편의 드라마가 완성되고, 두 계절의 이야기는 하나로 묶인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서사는 ‘내 손으로 농사지은 작물로 나만의 레시피를 완성해간다’이다. 거기에, 이치코에게 말도 없이 집을 떠난 이치코 어머니의 이야기가 끼어들고, 도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온 이치코의 이야기가 또 양념처럼 더해진다. 겨울편의 첫 번째 요리인 생크림 크리스마스 케이크엔 엄마의 레시피와는 다른 ‘이치코만의 레시피’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얼린 무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선 “날씨가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계절의 고마움을 들려주고, 팥 꼬투리 까는 과정에선 “조바심을 내는 건 금물”이라는 교훈을 일깨워준다. 봄편에서 소개되는 머위된장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이치코의 어머니는 머위된장을 만들어두고 말도 없이 집을 나갔다. 폭신한 감자빵을 만들려다 실패하는 과정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뭉근하게 떠오른다. 영화는 몇번의 계절을 보내며 단단히 여문 이치코의 이야기로 시리즈를 완결한다.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은 슬로라이프를 흉내내거나, 슬로라이프라는 구호만 크게 외치는 영화가 아니다. “겨울이 끝나고 바로 준비하는 것은 다음 겨울에 먹을 식량을 준비하는 일이다”라는 대사처럼, 영화는 자급자족을 위해 흘려야 하는 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치코의 레시피가 완성되는 과정을 매 계절 반복해서 보여주는 영화의 단순한 구성은 우리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우리는 “매일같이, 매일같이, 매일같이 농사를 짓고, 월동 준비를 하고, 가사를 하고, 육아를” 한다. 비단 농부의 삶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이치코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를 읽으며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원’이 아니라 ‘나선’일지 모른다고.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맴도는 것 같지만 위로, 아래로, 옆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몸부림치고 있다고.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은 우리의 미각을 일깨우는, 결코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에서 온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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