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21세기 한국 사회의 키팅 선생들의 이야기 <명령불복종 교사>
2015-05-13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2008년 10월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명 일제고사) 시험이 치러졌다. 일부 교사들은 이런 시험이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과도한 성적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회의를 품는다. 교사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학생들과 나누고 응시를 원치 않는 학생은 대체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 결과 학생 중 일부는 대체수업을 선택한다. 교육부는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을 수 있게 한 교사에게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린다. 해직교사들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아이들과의 작별인사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학교에서 내쫓기는 신세로 전락한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은 석달 후 있을 아이들의 졸업식을 지켜보지 못할 것이 마음 아프다.

<죽은 시인의 사회>(1989)의 키팅 선생은 26년이 지난 지금도 참스승의 표본으로 세간에 각인되어 있다. 키팅 선생은 학교의 방침보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먼저라는 신념을 고수하다 학교의 눈 밖에 난다. 곧 그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아이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우를 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명령불복종 교사>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자랐을 법한 21세기 한국 사회의 키팅 선생들의 이야기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마지막이 <명령불복종 교사>의 시작이다. 다큐멘터리는 해임통보서를 받은 이후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학교로 향하는 선생님의 머나먼 등굣길로 시작한다. 영화에서는 갑작스러운 이별 탓에 터져나오는 눈물과 답답한 현실에 대한 울분이 현실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보다 우선한다.

2008년 10월부터 2011년 3월까지 2년6개월간의 해직교사들의 복직 투쟁기를 담은 이 작품은 비교적 시간 순서를 충실히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투쟁의 시작과 그것의 결과를 충실히 기록하는 것 자체가 영화에서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하나의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는 대신 여러 해직교사들의 모습을 고루 담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들이 따로 또 같이 위기를 돌파하는 방식을 이어달리기하듯 보여준다. 영화에서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것은 투쟁하고 부딪히는 몸짓보다는 서로를 안아주는 모습이다. 학생들 앞에서 울음이 터진 교사를 안아주는 또 다른 교사, 교사를 지지하는 학부모, “선생님을 지켜내자”는 학생들을 통해 작지만 큰 온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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