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엔터테인먼트>에서 방송된 시트콤 중에 <우리집 아이들>(Outnumbered)이라는 작품이 있다. 부모보다 아이들의 수가 많다는 의미에서 ‘아웃넘버드’라는 원제를 가지고 있는 이 시트콤은 천방지축 3남매와 부모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독특한 점은 아역배우들에게 할당된 대사의 상당 부분이 그들 각자의 애드리브에 의존했다는 것인데, 이 시트콤을 보고 나면 어른 작가들이 차마 발견하지 못한 일상의 편린들을 어린이들이 얼마나 재치 있게 포착해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해피 홀리데이>는 시트콤 <우리집 아이들>의 크리에이터 앤디 해밀턴과 가이 젠킨이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은 가족 드라마다. 시트콤을 통해 다뤘던 소소한 가족의 일상을 보다 긴 드라마로 확장하고 싶었던 두 작가는 <우리집 아이들>이 그렇듯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재기 넘치는 애드리브를 섞어 <해피 홀리데이>를 만들었다.
위기의 부부, 아비(로저먼드 파이크)와 더그(데이비드 테넌트)가 주인공이다. 더그의 바람으로 별거 중인 두 사람은 더그의 아버지 고디(빌리 코놀리)의 75번째 생일을 맞아 스코틀랜드로 떠난다. 고디의 건강을 우려한 두 사람은 행복한 부부인 척 행세하지만, 도무지 행동을 가늠할 수 없는 그들의 세 아이, 로티(에밀리아 존스)와 믹키(바비 스몰드리지), 제스(헤리엣 턴불) 때문에 부부의 진짜 관계는 종종 발각될 위기에 처한다. 그렇게 어른들이 마음 졸이며 할아버지의 생일 파티를 준비해나갈 무렵, 늘 애어른 같던 큰딸 로티는 예기치 못한 선택을 한다.
이 작품이 영국 시트콤으로부터 출발한 영국 가족영화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린아이를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묘사하거나, 어린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착한 대사와 설정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과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말’은 때때로 스스로를 포장하기에 바쁜 어른들의 그것보다 훨씬 신랄하며, 직관적이고, 통쾌하다. 종종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실소가 아니다!) 이 영화의 코미디가 대부분 어른의 우문을 현답으로 맞받아치는 세 아역배우에게서 비롯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가족 시트콤을 통해 수많은 아역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아이와 어른 관객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해온 두 감독의 연출력은 <해피 홀리데이>에서도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는, 시각적인 즐거움은 ‘덤’이다.